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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저임금 1만원 넘어설 텐데 차등화 계속 미룰 건가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1만2000원으로 하자는 인상안을 내놓았다. 지금보다 24.7% 오른 것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50만원 수준이다. 금액으로 보나, 상승률로 보나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은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2021년 8720원, 지난해 9160원, 올해 9620원으로 점진적으로 인상돼왔다. 상승률로는 각각 10.9%, 2.9%, 1.5%, 5.1%, 5.0%였다. 이번 제시안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경영계로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어느 해보다 증폭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문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물러서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제시안을 발표하며 “최악의 물가 폭등 시기에 실질 임금 하락을 극복하고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평등 체제 완화를 위해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적어도 물가폭등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 된 듯하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18일 첫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석 달가량 치열한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 차등화 논의가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역과 업종, 연령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우리는 수없이 지켜봤다. 과도한 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영세 기업과 상공인들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근로자는 인상의 과실은커녕 일자리를 잃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최저임금은 이제 4%만 올라도 1만원 이상이 된다. 경영계의 고충이 크다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1만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정도면 영세 상공인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 차등화 도입의 이유는 이렇듯 차고 넘친다.

당장 어렵다면 우선 업종별 차등화라도 시작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제도가 거꾸로 사지로 몰아낼 수도 있다. 근로자도 보호받고 허약한 상공인도 사는 제도 개선을 외면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돈 줄 능력이 다른데 획일적인 지불을 요구한다면 공정한 임금 집행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저임금 차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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