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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최저임금 고용 참상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이유

오는 18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첫 번째 전원회의가 열린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서막이 열리는 것이다. 노동계는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보다 24.7% 많은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인상 요구에 앞서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이 빚은 ‘2018년 2분기 경제 참상’을 곱씹어야 한다.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개의 ‘버킷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부자감세를 바로잡는 ‘법인세 인상’이고 다른 하나는 저임에 시달리는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5%, 최저임금을 16.7% 인상했다.

2018년 2분기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되는 시기다. 문재인 정부는 내심 2018년 2분기에는 2018년 1월 1일 발효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부분적으로나마 나타나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순조롭게 착근(着根)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2018년 2분기 월평균 소득이 저소득층에서 줄고 고소득층에서 크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소득 1분위(하위 20% 소득계층) 평균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7.6% 줄고, 소득 5분위(상위 20% 소득계층) 평균소득이 10.3% 증가했다. 나타난 결과만 갖고는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황수경 통계청장의 해임이 그것이다.

후임으로 임명된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정책에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정치적으로 오염된 말을 했다. ‘품질이 좋은 통계’가 아닌 ‘정책에 좋은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가?

문재인 대통령도 “통계를 보면 저임금 근로자 쪽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고 소주성을 적극 변호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됐음에도 ‘살아남은 근로자’로 범위를 좁힌다면 문 대통령의 말은 맞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실직 확률을 높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직한 근로자를 빼고 살아남은 자의 처지가 개선됐다고 말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2018년 2/4분기 1분위 소득계층의 평균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1분위 소득계층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그림의 떡’이었음을 시사한다. 1분위 소득계층의 평균 연령이 62.5세였음을 고려하면 노령가구주의 상당수가 실직을 경험했을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물가상승률(9.7%)의 4배를 웃돌았다. G7(주요 7개국) 국가 대비 최대 5.6배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이 62.2%로, 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30개국 가운데 8번째로 높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고금리·고부채에 따른 경기침체로 전체 기업 고용의 8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상황이 임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부실 채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조2000억원에서 4분기 1조7000억원으로, 한 분기 새 41%나 불어났다. 중소기업 중 절반(48.4%)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게 한국은행 조사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저소득층의 고용 기회를 좁힐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과실은 해고위험이 없는 정규직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장년층에게만 배타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저소득층의 경제적 처지를 개선시키겠다는 ‘명분’은 허울뿐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된들 그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고 여타 물가상승의 빌미만 준다면 저임 근로자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대신 ‘최저임금 미만률’을 최소화시켜 근로자의 몫을 실질적으로 챙겨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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