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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일본을 다시 봄

단절은 실체에 대한 팩트체크보다는 상상을 증폭시키고 걱정을 키운다. 대상물을 실체보다 미화시키기도 한다.

집콕으로 랜선문화를 접해야 했던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우리의 다양한 ‘K-시리즈’ 한류가 일본에서 가장 폭 넓고 깊게 전파되는 등 세계적인 위세를 떨치는 동안 공교롭게도 한류의 인기가 가장 높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교만해진 것일까. 은연중에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에 대해 ‘알고 보니 별것 아니네, 민도(民度)가 높지 않아’라는 생각을 지나치게 키운 느낌이다.

특정 대상을 실체보다 저평가하는 태도와 지나친 ‘국뽕’은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지피(知彼)와 지기(知己)가 되지 않은 상황이랄까.

오해를 풀면 객관적인 팩트를 근거로 우리의 내공을 더욱 키우게 된다. 아울러 국민끼리 상호 방문과 여행 등을 활성화하면서 ‘상대국을 물어뜯어야만 인기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정치인들의 ‘술수’를 제압할 수 있다.

교류는 ‘평화(平和)’를 기반으로 하며, 양자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인들은 ‘와(和·화)문화’를 중시한다. 한국의 4국(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을 중심으로 이민자(도래인)들이 이 나라 대세를 형성하던 야마토(大和)시대에 토착민과 도래인 간 화합을 도모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이때 ‘와(和)’는 야마토라는 지역을 집권세력 중심지화하면서 붙인 ‘정치적 음절’이다.

그보다는 태풍과 지진 등 수많은 어려움을 혼자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천년 일본인들의 몸에 밴 문화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임지은 모두투어 역사문화해설가는 평한다.

즉 ‘와 문화’에는 토착민끼리의 화합, 이방인과의 화합 모두를 포함한다. ‘일본인들은 자기주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다중의 의견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가 웬만한 것에 코리아의 이니셜인 ‘K’를 붙이듯 화합을 중시하는 일본은 와쇼쿠(和食·음식), 와쇼키(和食器·그릇), 와가시(和菓子·과자), 와가라(和柄·문양), 와후쿠(和服·옷) 등 ‘와’를 앞에 붙인다. 우리의 ‘K’가 자랑이라면 일본인의 ‘와’는 다짐이다.

도야마-나가노지역은 해발 3000m 이상 되는 멋진 산이 20개에 육박하는, 아시아 최고 청정관광지다. 이 지역에서 ▷7년간 1000만명이 참가해 1963년 완공한 세계 최대의 아치식 돔형 수력발전소 쿠로베댐 ▷물의 낙차와 수압을 활용한 세계 최초 분수 등 정원의 6개 덕목을 모두 가진 가나자와로 겐로쿠엔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라카와고 합장촌, 은둔지 마을사람들이 일군 찬란한 생활문화 ▷쌓인 눈더미 사이에 길을 내 4~5월 봄에도 기가 막힌 설경을 선사하는 무로도 다이라 등을 보면 “일본은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텐아케비, 그린하쿠바료칸(호텔) 등의 직원들은 팬데믹 이전에도, 지금도 모두투어 ‘알펜루트’ 패키지 손님들의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절을 하고 손을 흔들어 보낸다.

그들은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아니라 생래적으로 친절하고 화합할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가 발아래로 볼 만큼 내공이 약한 사람들이 아니다.

편견과 오해를 씻는 것은 ‘대범한’ 한국인이 하자. 우리는 일본인과 더욱 친해지면서 일본 극우정치인들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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