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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전 20조원 자구책 맞춰 요금 현실화 서둘러야

한국전력공사 정승일 사장이 21일 인건비 감축과 조직 인력혁신 등을 통해 20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사장은 이날 재정건전화계획을 담은 입장문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한전 직원가족의 태양광발전사업과 한전공대 수천억 투입 등 내부 비리와 방만경영 등에 대해서도 감사에 성실히 임하고 자정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관련 당정 간담회가 네 차례나 열렸지만 결론을 못 내고, 여당이 한전의 도덕적 해이를 탓하며 “한전이 전기요금으로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민·당·정은 20일 국회에서 다시 머리를 맞댔지만 또 공회전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방미 일정에 들어가면서 인상 논의는 시간만 흘러가게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으로선 여름철 냉방 수요를 앞두고 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겨울철 난방비 폭탄처럼 민생과 민심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기·가스요금 현실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단할 시점에 다다랐다. 발전 원가의 70%밖에 회수하지 못하는 현 전기요금구조를 그대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32조6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38억원을 물고 있다. 올해도 12조6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원가 회수율이 62%로, 현재 12조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한전은 엄청난 적자를 회사채를 발행해 메우고 있지만 한도도 바닥이 보이고 있다.

더욱이 한전 회사채에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금융시장의 왜곡마저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요금 현실화를 미룬다면 5년 내내 손놓고 있다 눈덩이처럼 적자를 불린 지난 정부와 다를 게 없다. 그사이 국민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치셈법으로 전기요금을 좌우해선 안 된다.

상당수 국민과 산업계도 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정부는 더 소통에 나서야 한다. 경제 발목을 잡지 않도록 요금 인상의 적절한 폭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한전과 가스공사 측은 각각 올해 전기요금은 ㎾h당 51.6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수용성을 높일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한전은 밝힌 대로 차질 없이 고강도 자구노력을 통해 국민 부담을 줄이고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과 산업계 할인요금제 등 정교한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 예산 감축이 엉뚱하게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손배전망 노후화 방치로 이어지는 부작용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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