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를 소집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한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들은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불참했다. 해당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입법 의지는 매우 확고해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방 처리를 해서라도 관철하겠다”고 이미 밝혔을 정도다. 안건조정위에서는 당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야당 몫 위원으로 채워 처리해 ‘꼼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국회 본회의 처리에 나설 것이고, 이 과정에서 또 한 차례 격론이 예상된다. 여야 간 대화와 협상이 사라지고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
이 법은 정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이 일정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이자를 면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폐업하거나 실직, 육아휴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져 대출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면 이 기간 이자도 면제해준다. 문제는 이 법의 명분과 효율성이 크게 부족하는 데에 있다. 우선 적용 범위부터 그렇다. 중위소득의 200% 이하 가구 대학생 자녀가 그 대상이다. 소득과 재산 상황을 고려해 4인가구 기준 월소득 1024만원 아래이면 1.7% 저리 학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에 매진할 수 없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와 상당히 배치된다.
지금도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등은 대학에 진학하면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그 대상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은 명분이 없다. 이 법이 시행되면 대상 청년 1명당 면제되는 이자가 한 달에 1만원 정도라고 한다.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가정에서 월 1만원의 이자 경감은 누가 봐도 의미가 없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청년들과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대학진학률을 고려한 단순 통계만 따져봐도 청년 4명 중 1명은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
그렇지 않아도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세수 부족 현상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꼭 필요한 곳에 쓰는 재정 집행이 특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할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당도 엄연히 국정 운영의 한 축이다. 사실상 입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는 얘기다.
정치가 실종되면 결국 경제와 민생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를 되살리고 한걸음 양보하는 협치의 정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