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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세사기 특별법, 사각지대 없도록 보완입법 지속해야

‘전세사기 특별법’이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피해자 인정요건과 보증금 회수방안 등을 놓고 번번이 충돌했던 여야가 25일 만에 합의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애초 정부 발의안과 비교하면 몇 가지 점이 달라졌다. 우선 피해 주택이 경·공매에서 낙찰됐을 경우 피해자가 은행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서울 기준 최대 5500만원)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이를 넘어선 보증금에 대해선 연 1~2% 이율로 대출이 제공된다. 또 특별법을 적용받는 보증금 상한선도 애초 4억5000만원(최초 정부안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받기 원할 경우 피해자들을 대신해 정부가 관련업무를 대행하고, 비용도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신용불량을 막는 방안도 담았다. 20년간 연체정보 등록과 연체금 부과를 유예하고, 추가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전세사기 일당이 대출을 받았다면 금융권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야당에선 이 채권을 공공기관이 회수해 보증금 일부라도 먼저 돌려주자고 요구했는데 이번 합의안에선 결국 빠졌다. 피해자들도 이 부분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23일 국회에 특별법 수정요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사적 계약인 보증금 반환에 세금을 쓰게 되면 다른 사기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일파만파식으로 불거질 수 있어 정부·여당으로선 신중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최선의 결과는 아니겠지만 여야가 피해 구제의 폭을 넓히려 고심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처음 발표한 정부 안보다는 피해자 범위도 좀 더 넓어졌고, 모호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상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임대인의 고의적인 갭투자나 신탁사기, 이중 계약 피해자를 비롯해 근린생활시설 전세사기 피해자도 특별법 적용 대상에 넣었다. 그러나 수사 개시가 어려운 사례, 소수 피해자, 보증금 5억원 초과 세입자 등 아직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6개월마다 정부 보고를 받고, 수정· 보완한다는 데 여야가 합의했으니 보완 입법을 통해 더 개선할 점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임대차 3법 시행 뒤 보증금 반환이 우려되는 ‘깡통전세’ 비율이 4배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국회 입법이 전세사기 피해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을 정치권은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보증보험이 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것을 막지 못한 정부, 이들 조직에 쉽게 담보대출을 내준 금융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와 여야, 금융권이 합심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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