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국내 개발진이 만든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에 실제 사용할 국내 위성을 실어 보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누리호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지상국과의 교신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로써 한국은 발사체와 1t 이상 탑재체를 모두 자력으로 개발한 7번째 나라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가 우주강국 G7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축하했다. 30년 전 영국 서리대에 유학한 학생들이 만든 인공위성 ‘우리별’ 1호에서 시작된 ‘우주 불모지’ 한국이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강국’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발사체 성공은 민간기업이 참여해 기술 이전이 이뤄졌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에 발사체 제작과 관리, 운용 등 전 과정에 참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27년 6차 발사 때는 발사책임자(MD)와 발사운용책임자(LD)를 제외한 모든 실무책임자 자리를 한화에어로가 맡게 된다. 2025년 4차 발사체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차세대 중형 위성이 실리고, 항우연이 개발하는 달-화성 등 우주탐사에 활용될 ‘차세대 발사체’에는 설계부터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등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진다.
글로벌 우주산업은 민간 중심으로 바뀌는 게 추세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에 적용할 인공위성 기반의 차세대 정보통신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위성통신과 지상통신 통합망으로 구축될 6세대 이동통신(6G)은 5세대 이동통신(5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5배 빠르다.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보통신과 제조업이 결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누리호는 앞으로 반복적인 발사체 발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원활한 기술 이전으로 기업이 세계적 수준의 우주산업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4조원 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1%에 불과하다. 발사체 기술 고도화를 통해 다른 나라 위성을 실어 나르는 상업위성이 활성화되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항우연은 더욱 앞선 기술 확보에 나서야 하고 민간기업은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우주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한국판 스페이스X’ 우주산업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