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무역수지가 21억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적자 행진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적자는 273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적자(478억 달러)의 57%를 넘어섰다. 월별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도 작년 10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심화는 구조적으로 대외 및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을 크게 밑도는 1% 초반대로 제시하는 이유도 무역적자가 첫손에 꼽힌다. 민·관, 여·야가 혼연일체가 돼 최우선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15일 대통령이 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홍릉-판교-송도-대덕-부산-광주’ 등 전국에 특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6조원 이상의 특화펀드 조성계획을 세우기로 한 것이 수출 살리기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 상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총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던 반도체가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었고 최대 흑자국이던 대중국 수출 격감이 모두가 지목하는 주요 원인이다. 반도체는 중국 요인과 중첩돼 있으므로 결국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내외로, 2위 수출국인 미국보다 늘 두 배가량 높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2004년 이후 19년 만에 20% 아래로 내려갔다. 미-중 갈등, 반도체 불황, 중국의 경기 부진과 내수화정책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제조업의 기술력 향상으로 한국 제품 수출은 갈수록 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소재·부품·장비 등 중간재 및 자본재 중심의 대중 수출은 높아진 중국의 기술력과 자급률로 그 유효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지동차 수출에서 한국과 독일, 일본을 제쳤고 조선에 이어 2차전지도 한국을 추월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빼면 중국 수출이 이미 10년 전부터 줄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오는 법이다. 우리 기업들 가운데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성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희망적이다. 현대차는 그룹 전체 매출에서 중국의 비율이 2016년 22%에서 지난해 5%까지 쪼그라들었으나 인도, 아세안 등으로 시장을 넓히면서 세계 5위에서 3위(판매량 기준)로 점프했다. K-식품, 엔터테인먼트기업들도 중국 대신 미국과 유럽 시장을 개척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사례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