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다른 백년’ 명예이사장의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낙마 파문이 연일 커지고 있다. 이 명예이사장이 선임 발표 9시간 만에 전격 사퇴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당을 혁신하겠다며 꺼낸 회심의 카드가 되레 자충수가 되면서 당내 내홍은 더 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인선의 문제는 우선 당사자의 자질이다. 이 명예위원장의 그간의 말과 행동을 비춰보면 제1야당의 혁신위원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미국에 의한 ‘자폭’이라고 주장했고, 코로나19의 진원지 역시 ‘미국’이라고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전쟁범죄자로 몰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할 정도의 ‘이재명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편향된 인식의 소유자가 국회 최대 의석 정당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 애초 의문이었다.
더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사실은 당내 인선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포함해 돈봉투 전당대회와 김남국 의원 코인투자 등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를 슬기롭게 뛰어넘지 못하면 내년 총선 승리를 기약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혁신은 민주당의 절체절명 과제이고 이를 이끌어갈 혁신위원장의 선임은 당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인선이 사실상 이 대표의 독단으로 밀실에서 진행됐다니, 충격적이다. 당 지도부 인사들조차 그 전날에야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러니 의견수렴 절차와 검증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한 번 거치지 못해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이 대표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일으킨 ‘친위 쿠데타’라는 모진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당 쇄신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뼈를 깎는 각오로 재창당의 의지를 다졌다. 이번 사태로 그 동력이 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 스스로의 혁신 의지부터 다시 되새겨야 한다. ‘이래경 파동’은 이 대표의 혁신에 대한 인식과 리더십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당내 기득권에 안주해 특정 정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결코 국민이 바라는 혁신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대표도 잘 알았을 것이다.
인선 과정을 공개하고 문제가 된 부분은 이 대표를 포함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민주당의 쇄신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