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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법행위 보호, 산업현장 무법천지될 것" 우려 경청해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파업 노조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불법행위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전 ‘알박기’ 판결” “사실상 입법권(노란봉투법) 행사” 등 비난이 이어지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19일 “판결의 진의와 취지가 오해될 수 있도록 성급하게 주장하거나 특정 법관(노정희 대법관)에 대해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법치주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성급하고 편향된 주장은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이 될 수 있고 사법권 독립을 크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마땅하다. 특히 판결의 쟁점이나 본질과 무관한 인신공격은 비판의 격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법리와 현장수용성을 근거로 판결의 문제점을 논박하는 것은 향후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20일 경제6단체의 공동 성명은 대법원과 우리 사회가 새겨들어야 한다.

경제 6단체는 이번 판결이 ‘공동 불법행위자의 연대책임’이라는 민법의 원칙을 부정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한 아주 예외적인 대법원 판례가 있긴 하지만 이를 불법쟁의 행위에 인용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책임 제한의 사유에 있어서도 이제까지 대부분의 판례가 피해자의 과실 등을 참작해왔으나 이번에는 가해자인 조합원의 가담 정도와 심지어 임금 수준까지 고려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행위자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종국에는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개인별로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산정하라고 하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책상머리 판결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도 산업 현장은 강성노조의 폭력과 파괴, 사업장 점거, 출입방해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요 50대 기업 중 절반이 산업 현장의 불법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기물을 손괴하거나 사업장을 점거하는 우리 현실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손해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무력화시켜 산업 현장이 무법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재계 우려를 기우로 치부할 수 없게 한다.

국회에서는 지금 여당이나 경제계의 반대에도 야당이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취지의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의 위험에 경각심을 갖고 여야가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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