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이 강력 희망해온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또 무산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2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지를 놓고 투표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1일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고물가·고금리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구분 적용을 절규하듯 외쳤지만 결국 외면받고 말았다. 노동계는 한 술 더 떠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시급 9620원보다 26.9% 올린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이지만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1만1500원을 넘어섰다. 5대 사회보험과 퇴직급여까지 고려하면 사업주 대부분은 최저임금의 약 140%에 달하는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서 27%가 더 오르면 생존 자체가 흔들린다. 지금도 집에 가져가는 돈보다 직원 월급이 훨씬 더 나가는 실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여파로 지난 2021년 자영업자들의 연평균 소득은 1952만원으로 감소한 반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해 연봉 2297만원이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무인단말기로 대체하는 등 ‘나 홀로 사장’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마저도 빚을 내 근근이 버티는 형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지난 3년 사이 337조원 급증해 올해 1분기 말 현재 대출 잔액이 1033조7000억원에 이른다. 한국 경제가 자영업자발 ‘연체율 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은 최저임금 미만의 시간당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300만명 내외라는 것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2.7%인 275만6000명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최저임금 이하의 근로자 비중은 우리나라가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2001년에는 전체 근로자의 5% 미만인 57만7000명이 최저임금 수준 아래의 급여를 받았는데 2018년 300만명을 넘었고, 2021년에는 321만5000명이었다. 문재인 정부 2년(2018~2019년)간 30% 가까이 올라간 최저임금 후유증이다.
최저임금은 저임 근로자와 소상공인을 우선 배려해 결정돼야 한다. 업종마다 지급능력과 생산성에 차이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 취약계층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되레 발목을 잡는 일, 더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