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 비리가 또 불거졌다. 그 끝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신재생에너지에 지원된 전력산업기금을 점검한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추진단 발표에 의하면 위법 부당하게 집행된 사례는 모두 5359건에 5824억원 규모다. 지난해 9월 1차 점검에서 적발된 2616억원을 합하면 8440억원에 이른다. 두 차례에 걸친 점검은 전체 사업 규모의 절반가량에 해당된다고 한다. 지난 정부에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산업에 투입한 전력기금이 12조원 정도였으니 어림잡아도 1조6000억원 이상의 돈이 편법 또는 부당하게 쓰였다는 얘기인 셈이다. 전력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로 ‘눈 먼 돈’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부당하게 집행된 규모도 엄청나거니와 그 사례를 보면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다. 비리는 주로 태양광사업 쪽에서 발생했는데 업자들이 가짜 세금계산서로 사업비를 부풀려 대출을 받는 수법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자금을 확보한 뒤에는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다시 줄여 세금을 탈세하기도 했다니 기가 막힌다.
세금계산서 조작뿐이 아니다. 가짜로 만들어 놓은 버섯 재배나 곤충사육시설, 축사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겠다며 기금을 받아간 사례가 부지기수다. 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에 마을회관을 건립하겠다며 보조금을 받아가 땅만 사놓고 방치하기도 일쑤였다. 그런가 하면 전력산업 연구개발비를 받아만 가고 결과를 내놓지 못했는데도 연구비 회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연구사업 관련 서류를 제출해 이중으로 연구비를 타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전력산업기금은 전기요금의 3.7%를 부과해 조성한 것으로, 실질적인 국민혈세다. 부당하게 집행된 자금은 전액 환수하고 관련자는 엄벌해야 한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직자가 업자와 결탁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검은 유착을 철저히 밝혀내 일벌백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정치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사업을 전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풍력과 태양광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는 지구의 온난화 방지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탄소 감축을 위해서도 원자력과 함께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수 사업이다. 에너지정책은 백년대계 차원에서 수립하고 추진돼야 한다. 무작정 밀어붙여서도, 백안시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정치적 색깔을 벗겨내야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태양광 비리’ 사태는 그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