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A씨 내연관계였던 B씨 흉기로 살해’ ‘같은 부서 일하며 불륜 맺어...가정도 파탄나자 모든 불행이 B씨 때문이라는 망상가져’
잊힐 만하면 보도되는 끔찍한 뉴스 속 피의자들은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생각의 꼬리를 물고 그 생각이 확실한 믿음이 돼 결국 비극적 결말을 자초한다.
일종의 허망된 생각을 일컫는 망상(delusion)은 사실과는 다른 생각, 그 사람의 교육 정도, 환경과 부합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 이성이나 논리적인 방법으로 교정되지 않은 사고장해를 뜻한다. 망상장애는 쉽게 변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인 ‘망상’이 주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한 가지만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개의 망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망상은 체계적이며 일반적으로는 망상이 기괴하거나 특이하지 않다. 망상의 성격에 따라 기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으며 조현병에서 보이는 환청·환시 등의 환각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망상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는 망상, 이를 ‘색정형 망상’이라고 한다. 상대방은 대개 높은 신분으로 유명한 사람 또는 직장 상사일 때가 흔하나 전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주로 스토킹의 중심에 있는 이들에게 행위의 이유를 따져 물으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이다.
과대형 망상은 위대한 가치, 힘, 지식, 신분 또는 유명한 인물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망상이다. 자신이 위대한 그러나 남들이 모르는 재능이나 통찰력을 가졌거나 중요한 발견을 해서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았다거나 어떤 중요한 사람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망상도 있는데 이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포장해 다른 사람을 속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오셀로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질투형 망상’은 소위 의처증·의부증을 일컫는다. 질투형 망상의 주된 망상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나 애인 등 개인의 파트너를 믿을 수 없다는 망상으로, 배우자를 외출하지 못하게 하거나 미행하고 조사하기도 하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등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망상 유형 중 가장 흔한 형태인 ‘피해형 망상’은 자신 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든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어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자기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신을 악의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망상을 가지고 이에 대해 집요하게 소송을 걸기도 한다. 불필요하게 끊임없이 불만 접수를 지속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위의 망상의 다양한 형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도의 차이로 망상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눌 수 있는 듯하다. 짝사랑과 색정형 망상, 높은 자존감 혹은 자신감과 과대형 망상, 배우자(애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질투형 망상, 이렇게 말이다. 물론 끼워맞추기식으로 보일 순 있지만 단순히 받아들이면 정도의 차이로, 적정선을 넘어 그것이 믿음으로 확고해지는 순간 망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믿음이 확신되지 않고, 옳고 좋은 믿음이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조금은 더 따뜻하고 기분 좋은 소식이 자주 들려오지 않을까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