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기업의 대규모 해외 투자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일부 싸늘한 시선이 있다. 국내 투자 공백에 대한 지적이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 속에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해외 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블록화하는 공급망에서 한국이 배제되면 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생존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가 간 산업동맹에 편입해야 살아남는다.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부로선 세계 공급망 대응과 국내 투자 확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핵심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7곳을 지정했다. 투자목표는 614조원이다. 같은 달 27일엔 ‘세법개정안’을 통해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우리 정부의 리쇼어링 지원은 2013년부터 10년간 이뤄져 왔다. 하지만 지난해 24개를 포함해 10년간 복귀기업은 126곳에 그쳤다.
정부의 이번 유턴기업 지원 확대 자체는 반길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 일부를 깎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국에 투자하면 토지 무상 제공과 법인세 면제를 해주겠다는 국가들이 즐비하다. 일부 세금 면제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할 수는 있어도 정착할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시 나가거나 고사한다. 노조와 세금 이슈가 대표적으로 개선돼야 할 여건이다. 이는 복귀기업뿐 아니라 국내외 투자기업 모두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노조 파업은 다반사다. 7월 초 민노총은 정치파업을 벌였다. 8월엔 일명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핵심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인한 ‘무분별한 파업’과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제한이다. 경제·산업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 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경영 상황에 따라 채용과 해고를 탄력적으로 하기 어려운, 한국의 경직된 노동 유연성은 늘 언급되는 투자 걸림돌이다.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도 최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낮은 노동유연성을 해외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 큰 걸림돌로 꼽았다.
세금 부담 또한 여전하다.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4%)은 미국(21%)은 물론 일본·대만(20%)보다 높다. 상속세(최고세율 50%)는 징벌적 수준이다. 기업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으면 세율이 60%에 이른다. 상속 과정에서 회사가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근 만난 한 기업인은 “제조업체가 현지 인프라를 그대로 두고 완전히 국내로 복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 정부가 복귀기업이 새로운 업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확실히 지원하거나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유럽, 대만 등은 자국 첨단 산업육성을 위해 경쟁적으로 ‘리쇼어링’을 핵심 전략으로 펼치고 있다. 글로벌 시각에 기반을 둔 한국의 투자·경영 환경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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