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로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기술자들이 다양한 분석을 통해 도출한 결과가 정치적 이슈에 휘둘려 통째로 부정당하고 있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고속도로 건설 단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부 언론은 설계가 마무리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한다. 현재는 사업의 시작인 타당성조사 단계이며 아직 노선이 확정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KDI)의 예비타당성(예타)조사는 경제성, 정책성 등을 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로, 1대 2만5000의 지형도를 사용해 최적 노선대 발굴보다는 주무관청 제안 노선에 대한 검토 위주로 진행한다.
예타가 완료되면 주무관청에서 타당성 조사를 시행한다. 타당성 조사는 다양한 대안 노선을 검토하며 관계기관 협의,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예타보다 25배 확대한 지형도를 사용해 상세히 검토하므로 예타 노선과 시종점을 포함해 노선대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논란 중 하나는 착수보고다. 많은 국민은 어떻게 착수 2개월 만에 예타 노선과 다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며 의심한다. 착수보고는 예타 노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검토 방향을 제안하는 단계다. 이는 기술자로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사업의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는 것이며 사업의 시작일 뿐이다.
타당성조사는 기술성, 경제성, 환경성 등을 종합평가하여 최적 노선대를 선정하는 단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은 이러한 관점에서 교통량, 사업비, IC 간격 및 설치여건, 환경성, 관계기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타당성조사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병행하게 되며 환경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대안 노선 선정이 불가하기에 환경성 검토는 타당성 조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B/C는 편익에 비례하고 비용에 반비례하는 구조이다. 편익 산정 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교통량으로, 공개자료에 따르면 대안 노선의 사업비 증가분은 미미하나 교통량 증가분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단순히 생각하더라도 B/C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B/C는 노선이 확정되고 사업비, 교통량 등이 정해져야 산정할 수 있어 타당성조사 마무리 단계에서 도출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목적은 수도권 제1, 2순환망 연결을 통해 수도권 동부 간선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 대안 노선의 종점이 변경되더라도 사업목적은 동일하다고 판단된다. 참고로 기재부의 총사업비 관리 지침은 사업비가 15% 이상 상승되거나 교통 수요가 30% 이상 감소되는 경우에 타당성 재조사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기술자는 성과품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노선 선정 과정에서도 현장 여건을 고려해 다양한 검토를 수행하며 많은 정성과 노력을 다했을 것이다.
‘기술적 판단은 건설기술인에게’ 맡기고 더는 건설산업이 정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설영만 대한엔지니어링 대표이사(한국도로기술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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