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9%와 2.0%로 제시했다. 경기가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연간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인 1.5%를 유지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1일 올해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KDI의 성장률 추정치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4%보다 높다. 최근 반도체 회복과 자동차 호조 등 수출 개선세가 나타난 데다 재조업 재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소비와 서비스 수출 증가세는 기존 전망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건설투자와 상품 수출 증가세는 기존 전망을 웃돌 것으로 봤다. KDI가 경기반등에 힘을 실은 것과 달리 한경연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에 동조하고 있다. ADB는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 위기가 닥쳤던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임금 상승률 정체, 고물가 등으로 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성장률이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고, 설비투자(-2.3%)와 건설투자(-0.7%)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 기관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은 수출 부문이다. KDI는 총수출 증가율을 기존과 같은 1.4%로 전망한 반면 한경연은 수출 부문 성장률을 0.1%로 예측했다. KDI는 반도체 회복세에 자동차 등의 수출 확대로 상품 수출 증가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를 164억달러에서 313억달러로 대폭 높였다. 한경연은 이와 달리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주요국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중시해 수출이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경기반등을 위해서는 자신감(KDI)과 리스크 관리(한경연) 양쪽 모두 필요하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 하반기에는 한국경제의 강점인 제조업과 무역수지가 살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다시 뛸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마침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관광 재개 소식도 들려와 경상수지 흑자폭을 더 확대할 플러스 요인이 추가됐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 활력이 기업의 매출·생산 증가와 투자·고용 촉진, 소비 활성화로 연결되는 선순환의 고리다. ‘차이나 리스크’ 등 위험은 경계하되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발 더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