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0일 6년 넘게 금지한 중국인의 한국 단체여행을 풀었다. 2017년 3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조치 일환으로 단체관광을 막은 지 6년5개월 만이다. 중국은 올 초부터 각국에 단체관광 금지 빗장을 풀었지만 한국은 번번이 제외되다 이번에 일본 미국 등과 함께 허용했다. 한국 관광산업 발전에 효자 노릇을 해온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관광객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직전인 2016년 806만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사드 사태 이후 반토막이 났다. 2019년 600만명대로 반짝 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급감해 올해 상반기 54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40% 넘게 차지하던 유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관광산업이 여전히 활력을 못 찾는 이유다. 단체관광 허용으로 관련업계에 화색이 도는 건 당연하다. 업계는 올해 중국인 입국자가 3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마침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을 앞둔 시점이다. 내년에는 600만명까지 올려잡고 있다. 유커 씀씀이도 관광객 1인당 약 214만원(2019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큰 만큼 부진한 내수에 단비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 좋았던 시절이 재현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인들의 소비성향이 달라지고 있어 단체관광을 허용한다고 해도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한국보다 일본 선호도가 높은 것도 변수다. 2019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960만명이었는데 같은 해 한국 방문객은 602만명이었다.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일본만 좋은 일 시킬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은 싼 물가와 다양한 관광 인프라로 세계 관광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관광 관행을 뜯어고쳐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특히 그동안 불만을 사온 쇼핑일색의 싸구려 관광 이미지를 일신해야 한다. 좋은 관광 자원을 놔두고 하루 종일 쇼핑센터를 도는 일정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 K-팝과 드라마, 음식 등 K-컬처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가장 뜨거운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K-컬처와 연계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바가지요금과 중국관광객 경시 풍조를 근절하는 것도 시급하다.
관광은 또 다른 외교다.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그 나라 문화와 역사를 경험하는 관광만한 게 없다. 이번 조치는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이 자유로운 왕래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의도야 어찌 됐든 우리로선 K-관광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멀어진 양국 교류와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