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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현대차의 인도 공략, 중국 대체시장 찾기 청신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3위 내수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13만대 생산능력의 GM 현지 공장을 인수키로 하면서 기존 첸나이 공장의 82만대를 합해 인도에서 연산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기아 생산물량까지 합하면 연산 140만대로 커진다. 150만대 생산 설비의 절반도 못 돌리는 중국을 빼면 미국(70만대)의 2배인 규모다. 향후 10년간 추가 투자(약 3조2000억원)까지 감안하면 한국(319만대)을 제외하고 해외 최대 규모 생산 기지가 될 전망이다.

원래 현대차의 최대 생산 기지는 한때 연 254만대를 생산할 수 있었던 중국이었다. 2016년 기준 글로벌 판매량 중 중국 비율이 22%에 달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 등으로 지난해 5%까지 줄었다. 지난해 8월 도입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된 데다, 최근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경제 전반이 휘청거려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도는 여러 측면에서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유망하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면서 14억 인구의 약 68%가 경제활동인구(15~64세)여서 소비대국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2027년에는 일본,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전망이다. 성장세도 탄탄하다. 코로나 사태와 공급망 충격 등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5년 전보다도 줄었지만 인도만큼은 같은 기간 18.5% 늘어나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을 잇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섰다. 거기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기차 전환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전동화 퍼스트 무버’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차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 반도체 수출의 40~50%를 차지하던 중국이 미국의 견제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수출과 내수가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국제 금융가에선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제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반드시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것이다.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미래시장 선점 등에 민관이 합심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의 인도시장 공략은 좋은 본보기다. 현대차의 성공이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중국과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시도에 정부와 정치권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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