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사교육업체로부터 문제 출제 참여 등의 대가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가 공개한 ‘현직 교원의 영리행위 자진 신고’ 결과에 의하면 297명의 교사가 돈을 받고 문제를 팔았다고 스스로 털어놓았다. 경기도 한 고교 수학교사는 7개 사교육업체의 수능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해 4억8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억대 금품을 받고 ‘문제 팔이’에 나선 교사도 적지 않았다. 이쯤이면 본업이 사교육이고 교사는 부업에 불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결탁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깊숙이 교육 현장에 파고들었을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 교육부 조사는 무너지고 있는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사결과, 최근 5년간 현직 교사가 영리행위를 한 사례는 모두 768건에 이른다. 신고한 교사 1명이 평균 2.5건 정도 영리행위를 한 셈이다. 신고자 대부분은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출제(537건)였고, 나머지는 교재 제작, 강의, 컨설팅 참여 등이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절반 가까운 341건의 경우 아예 겸직 허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에 의하면 현직 교원이 외부 활동에 나설 경우 겸직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를 어긴 것은 결국 교사 자신이 공교육 와해에 앞장선 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설령 신고를 했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안은 외부 강연료나 출연료, 공개된 출판물 원고료 등 겸직 허용의 범위를 넘어선 일이다. 무엇보다 교사가 교육 현장에 쏟아부어야 할 노하우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섰다는 자체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에 드러난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결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관련 교사들은 국세청의 입시학원 세무조사에서 금품거래가 드러나자 마지못해 이 신고에 응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고를 하지 않은 숨은 커넥션도 상당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교육부가 감사원과 협의해 추가적인 사교육 카르텔 적발에 나서면 훨씬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능 출제위원 중에서도 학원에 문제를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된다.
공룡화되고 있는 사교육시장을 바로잡아야 비로소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 절대 역할을 현직 교사들이 해야 한다. 교사의 소명의식이 항상 강조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문제가 된 교사들에 대한 엄정한 처리와 함께 기존 교사 처우개선에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