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30~40년에 걸친 134만t의 오염수 장기 방류가 한·일 간 새로운 숙제가 된 셈이다. 이날 방류된 오염수는 4~5년 후 한반도 인근 해역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장 수산업계는 손님이 끊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괴담 수준의 불확실한 정보 범람이 소비를 꺼리게 한 것이다. “소비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수산업은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전국수산업협동조합(수협)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방류 첫날, 도쿄전력이 공개한 희석설비를 거친 오염수 1t과 바닷물 1200t을 섞은 물 1L의 삼중수소 수치는 43에서 63베크렐이다. 기준치 1500베크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후쿠시마 처리수 2L를 1년간 마셔도 작은 전복 1마리 먹는 피폭량의 30분의 1 정도라는 의미다. 해조류나 해양생물 방사능 농축 우려 역시 해수 농도를 보면 예측이 가능해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본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웹페이지를 개설하고 삼중수소 농도 등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발 각종 괴담은 여전하다. 오죽하면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가 호소문을 내고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오염수 방류를 정치에 활용하는 정치인, 언론, 가짜 전문가들”이라고 지적했겠는가. 식품안전 기준이 까다로운 유럽연합이 오염수 방류계획에도 지난달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한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 증거와 국제기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국민 불안이 큰 만큼 안심할 때까지 방류 전 과정과 해양 농도 등 데이터를 분석,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생계가 걸린 어민을 위한 대책은 빠를수록 좋다. 매출이 절반으로 뚝 끊기고 가격도 20~30% 떨어지는 등 이미 피해가 현실화한 상황이다. 소비촉진과 정부 구매, 어민지원방안을 다각적으로 찾기 바란다. 수산물 안전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더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방사능 매일 검사와 실시간 공개, 유통이력제와 원산지 표시, 연안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한 안전 확보는 필수다. 더불어민주당도 거리로 나서기보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에 더 힘써야 한다. 오염수 노출 우려가 있는 수산물에 대한 포괄적 수입 금지와 어민지원법안 발의에 나선다지만 이전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하는 가짜 뉴스를 없애는 게 먼저다. ‘광우병 소고기’ 같은 사태가 더는 일어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