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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교사들의 분노’ 의미 잘 새겨 공교육 회복으로 승화되길

교사들의 분노가 온 나라를 뒤덮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재직 중 숨진 교사의 49재인 4일 전국 각급 학교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규정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교사들은 재량휴업과 병가·연가 등을 통해 추모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일부 학교는 교사의 80%가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고 하니, 그 열기가 짐작이 간다. 교육부가 엄정 대응을 예고했고,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들이 잠시나마 천직인 교단에서 내려와야 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더는 떨어질 데가 없을 정도로 추락한 교권 회복을 위한 자구책인 것이다. 많은 학부모는 자녀들의 느닷없는 등교 중단이 당혹스럽고 불편했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교사들의 행동에 상당 부분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집회를 통해 교사들 단체행동 의미는 충분히 전파됐다고 본다. 더욱이 정년을 불과 1년 앞둔 경기도 용인의 한 고교 교사가 학부모에게 고소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근 나흘 새 3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맥락은 결국 한줄기라는 것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툭하면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에게 고소장이 날아드는 상황에서 소신 있는 학생지도는 사실상 요원했던 것이다. 교사들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교권의 확립은 절실한 과제다.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교육부는 교권 회복을 위한 몇몇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선 교사사회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국적인 추모집회의 열기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실제 교육부는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을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스럽다. 예산과 인력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 그나마 교육부가 ‘강경대응’ 입장을 철회한 건 다행이다. 정치권 역시 교사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국회 입법이 이뤄져야 할 사안이 적지 않은데 국회는 정쟁에만 함몰된 채 연일 휴업 상태다. 이날 집회가 왜 국회 앞에서 이뤄졌는지 정치권은 거듭 헤아려보기 바란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의 민낯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차제에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당국과 정치권,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그 주역이다. 교권이 바로 서야 교사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고취되고 비로소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해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학생의 기본권 배려가 손상되는 일이 없게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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