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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방만 개혁 없이 “민영화 반대” 억지부리는 철도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14일부터 나흘간의 한시적 파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대체인력을 투입해 큰 혼란은 피했지만 수도권 전철과 고속철도(KTX) 등 여객열차 운행률이 평소의 70% 수준에 그쳐 시민 불편이 적지 않다. 출퇴근시간대 지하철 혼잡은 물론 갑자기 타려던 열차가 없어져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벌어졌다. 화물열차 운행은 26%대로 물류 차질이 시작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송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명분은 수서행 KTX 도입, 고속철도 운영 경쟁 체제 중단 및 ‘철도 민영화’ 검토 중지 , 4조2교대 등이다. 한 마디로 철도 ‘민영화 반대’ ‘공공 철도 확대’가 핵심 요구 사항이다. 철도노조는 지난 1일 SRT 노선을 전라·동해선 등으로 확대해 기존 수서~부산 간 운행이 축소된 걸 두고 철도 민영화의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운행이 줄어든 수서역에 KTX를 투입해 국민 불편을 해소하라고 요구한다. 7년 전 잦은 사고를 줄이고 서비스질 향상을 위해 고속철을 서울역 거점인 KTX와 수서역 거점인 SRT로 분리했는데 이를 합치라는 얘기다. 국민 편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쟁 체제를 없애고 민영화를 막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민영화 검토계획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는데도 막무가내다. 경쟁 체제를 없애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코레일은 오랫동안 독점 체제로 운영돼 타성에 젖은 근무기강 해이로 안전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잦은 사고와 방만경영 탓에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유일하게 최하위인 ‘E(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다. 코레일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이 올해부터 앞으로 3년간 발생할 순손실은 1조2089억원이고 앞으로 5년간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은 1조8550억원, 하루에 10억원이 넘는다. 부채도 5년 전보다 6조원이 늘어 현재 20조원에 달해 재무 상태가 우려스럽다. 오봉역 사망 사고, 영등포역 무궁화호 열차 이탈 사고 등 최근 안전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관련 예산을 늘려도 사고가 줄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런데도 다시 독점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3만명에 달하는 방만한 조직의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고객 서비스질 향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선할 일이다.

이번 파업은 수서행 KTX 운행과 고속철도 통합 등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정부 정책사항을 내세우고 있어 정당성이 없다. 무엇보다 민생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는 건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파업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만큼 정부는 물류대란 등 피해가 없도록 만반의 대비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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