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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美에도 뒤처진 잠재성장률, 성장 방식 대전환 나서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 2%를 밑돌고(1.9%) 내년엔 1.7%로 떨어질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이 나왔다. 잠재성장률은 쉽게 말해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노동·자본 등을 최대한 투입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OECD는 한국의 1인당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에는 0%대로 떨어져 38개 회원국 중 캐나다와 함께 ‘공동 꼴찌’를 할 것이라는 전망을 일찌감치(2021년) 내놓은 바 있다. 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장을 이번에 날린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그림자가 우리 주변에 어른거린다.

OECD 전망대로면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보다 낮다. OECD의 미국 전망치는 올해 1.8%, 내년 1.9%다. 미국 경제는 최근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생산성 혁신 등으로 그간의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큰 미국 경제보다 한국 경제 성장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전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연평균 5~5.2%에서 2006~2010년에는 4.1~4.2%, 2011~2015년에는 3.1~3.2%, 2016~2020년 2.5~2.7%로 낮아졌다. 2001년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5년 1% 하락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 기초체력 하락의 원인은 알다시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및 불합리한 정책, 경직된 노동시장, 창의성 높은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교육, 중국과 반도체에 쏠린 수출시장, 미-중 경제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등이 꼽힌다. 현재의 합계출산율(0.7명)이 계속 유지되면 0∼14세 유소년 인구는 2020년 632만명에서, 2040년 318만명으로 반 토막 난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이다.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여성·실버 세대·해외 노동인력 편입 확대, 규제혁파와 노동·교육시장 구조개혁, 수출시장 다변화 등에서 성과를 내야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성장 방식의 대전환도 절실한 과제다. 제조업 수출 전략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 가운데 한국처럼 국가 경제정책이 여전히 제조업에만 집중돼 있는 경우는 드물다. 제조업 최강국 독일이 중국과 자동차시장이 위축되자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듣게 된 현실은 반면교사다. 금융 의료 등 서비스 부문의 혁신으로 중화학, 첨단 ICT에 이은 제3의 성장동력원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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