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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정악화와 정쟁에 美 신용등급 하향, 남 일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단계로 유지한 무디스 마저 미국 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앞서 지난 8월 피치는 미 의회 대립을 지적하며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29년 만의 하향조정이다. 2011년에는 S&P가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한 뒤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신용평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다”고 등급 전망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재정적자는 1조6950억달러(약 2240조원)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3%에 달했다. 전년도보다 23%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엔 볼 수 없던 규모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은 세수는 감소하는데 재정지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까지 국제분쟁지원금도 커졌다. 고금리 여파로 미 국채에 대한 이자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33조달러를 넘어서 10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국민 1인당 10만달러의 빚을 떠안은 셈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크지 않다. 극단주의로 치닫는 미국 정치권의 난맥상 때문이다. 무디스는 “미 의회 양극화로 차기 정부가 미 부채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는 재정계획에 합의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디스까지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 신용 강등·하향의 이유로 적시한 적시한 재정악화·나랏빚 증가·정쟁은 우리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나랏빚은 5년 새 400조원 넘게 불어 10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에서 49.4%로 급등했고 올해는 50%를 돌파하게 된다. 그런데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은 여야 정쟁으로 3년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재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보고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어서 신용 하향 여파가 제한적이다. 소규모 개방경제국인 한국에 이런 일이 닥치면 일거에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급락하며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등 나라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재정은 최후의 보루’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13일부터 국회가 내년 예산 세부 심사에 돌입했다. 초미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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