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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대학입시 변화의 핵심 메시지 읽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는 않았으나 난이도가 유지되면서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어, 영어, 수학에서 난이도가 높은 문항이 출제되어 기본 개념과 원리를 충실하게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고득점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수능의 출제 방향은 고등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학습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025학년도 이후의 대입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교육부에서 대학의 무전공 입학을 확대해 대학생의 전공 선택의 자유를 높여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무전공 상태에서 대학을 입학하고 1년간 다닌 후에 본인의 전공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전국적으로 입학 정원의 30%를 무전공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 시행되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시를 중심으로 각 대학의 무전공 입학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는 미래 교육의 원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교육 개혁이 시작된다. 새로운 교육 과정이 적용되고,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며, 고등학교에 대학과 유사한 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올해 연말에 확정되는 2028 대학입시 개선안에는 내신제도를 5등급제로 전환하고, 통합형 수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올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출제 경향의 변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시작되는 무전공 입학의 확대,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일관된 교육개혁의 방향을 읽어볼 수 있다. 대학입시 정책 변화의 핵심 메시지를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미래 사회에 대비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과간 장벽을 허물고 융합형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무전공 입학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 다양한 전공 탐색 후에 본인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재학 중에도 부전공과 복수전공을 활성화해 융합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둘째,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해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올해 수능이 보여주는 것처럼 향후 정상적인 학교 교육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사교육의 영향력을 차단해 나갈 것이다. 2028학년도에 도입되는 통합형 수능은 대입에서 고등학교의 역할을 높여서 사교육의 영향을 최소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학교 교육의 과정에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 우수한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9등급 상대평가 제도 아래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 간 치열한 내신 경쟁을 완화하되 학교의 평가 혁신 방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5등급 상대평가로 전환하게 된다.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과정 중심 평가의 반영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부의 대학입시 변화는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공교육의 중심에 교원이 바로 서도록 하고, 모든 평가는 학교 교육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학교의 교육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고, 학교에서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상 과제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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