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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말 많은 플랫폼법, 혁신을 우선순위 두는 게 답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변수가 하나 생겼다. 미 상공회의소가 무역 합의를 위반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섰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의는 300만곳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 최대 경제단체다. 미 정부와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큰 곳으로,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단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을 짚고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하면서 한미 통상 문제로 연계될 조짐을 보이자 공정위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공정위는 충분한 소통을 통한 입법 추진을 강조하면서 “플랫폼법 제정 추진 과정에서 미 상의에 충분한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가 준비하고 있는 플랫폼법은 기존 전자상거래법 등에서 제외돼 있는 거대 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경쟁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반칙을 막자는 규제다.

미 상의가 플랫폼법에 견제구를 날린 것은 구글이나 애플 등 자국 기업을 위한 보호망을 치기 위해서다. 한국 시장에서 펄펄 날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 규제를 받으면 기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나아가 미 상의는 아직은 한국시장 점유율이 낮은 중국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법을 계기로 큰 반사이익을 챙길 것으로 여긴다. 미국엔 불리하고, 중국엔 유리한 법이라는 것이다. 미 상의가 아무리 큰 단체지만 플랫폼법이 우리 산업경쟁력 극대화를 위해 옳은 법이라면 굳이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미국에겐 자국 기업이 중요하겠지만, 우리는 국내 기업이 소중하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우려도 작지 않다는데 있다.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대형플랫폼 뿐만이 아니라 스타트업·벤처 플랫폼도 시장에 알려진 공정위의 플랫폼법에 대한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플랫폼법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 요건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어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업 규모를 떠나 시장에선 자칫 잘못하면 대형플랫폼 성장 동력이 꺼지고, 이게 스타트업까지 전염돼 플랫폼생태계 혁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공룡 잡자고 저변에 깔린 생태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막고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플랫폼법 취지는 이해되지만, 일방통행 입법을 경계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 전체가 다 그렇겠지만, 플랫폼은 유독 ‘창조적 혁신’이 요구되는 분야다. 규제가 지나치면 움츠러들 수 밖에 없고, 이런 분위기 속에선 혁신 플랫폼을 기대할 수 없다. 공정위 플랫폼법은 무조건 혁신을 우선순위에 두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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