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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실화된 EU의 최초 ‘AI규제법’...더이상 방관 안된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에 최종 합의한 것은 이 이슈가 우리로서도 더이상 방치할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EU 내에서의 생체정보 수집 제한, 투명성 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은 위반시 기업 전체 매출의 최대 7%를 벌금(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한 기업의 생명줄이 끊길 수 있는 초강력 페널티다. 최근 EU 회원국은 AI 규제법 최종 합의안을 승인했고, 법안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되면 일부 조항은 올해 여름부터 적용되며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AI시대로 진입한 우리 기업에게도 ‘발등의 불’의 현안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유럽이 AI 규제법을 현실화함으로써 다른 국가 역시 경쟁적으로 관련 규제법 마련에 나설 것이란 점에 있다. 특히 미국의 AI 규제법에 큰 자극을 줄 것이 불보듯 뻔하다.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AI 기술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그치지 않자 관련 규제 법제화를 진행 중인데, EU 못잖은 초강경 규제의 색깔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EU가 AI 관련 규제에 나선 것은 결코 순수한 의도는 아니다. AI 생체정보 수집의 남발, AI 윤리 침해 등 인공지능이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겉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구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픈AI, 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기업의 첨단 AI 기술력에 한참 밀리자, 유럽이 기술 규제를 선점하는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철저히 유럽산업 보호용이다.

유럽이 자국 기업 수호령을 발령하고, 미국이 거센 반격에 나설 경우 AI 규제법은 향후 글로벌 통상마찰 이슈로 불거질 게 확실하다. 그렇잖아도 미·중간 글로벌 공급망 혈투 사이에 끼어 있는 국내 산업이 미·유럽간 AI 규제 대결 구도에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AI 규제 흐름 앞에 해외 유수 기업의 AI 로비 활동이 증가한 것은 시사점이 크다. CNBC는 미국의 선거 자금 및 로비활동 추적 단체인 오픈시크리츠 자료를 인용해 “2023년 AI 관련 로비가 전년에 비해 185%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로비 활동 기업엔 오픈AI, 앤스로픽, 테슬라, 틱톡 등이 이름을 올렸다.

AI시대의 글로벌 규제 파고를 넘기 위한 작업은 개별 기업에 맡길 일은 아니다. 정부는 기업 입장에서 AI기술 업그레이드를 도와주고, 글로벌 규제망의 직격탄을 피할 AI 제도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럽발(發) AI 규제 시행이 2년 남았기에 시간이 있다고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AI 규제 법안은 기업의 생사여탈권에 직결된 문제다. 촘촘한 AI규제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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