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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 미국의 황야, 그리고 전설이 된 그 남자[북적book적]
퓰리처상 빛나는 에르난 디아스 ‘먼 곳에서’
7년 전 데뷔작…퓰리처·펜 포크너 최종 후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흰 하늘과 섞여들어가는 흰 평원을 어지럽히는 건 그 구멍, 얼음 위의 개진 별 뿐이었다. 바람도, 생명도, 소리도 없었다.”

얼어붙은 알래스카의 바다, 깨진 얼음 구멍 위로 한 남자가 나오더니 얼음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배 위로 기어 오른다. ‘인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능한 최대의 몸집’을 가진 그의 이름은 ‘호크’.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둥, 원주민의 추장이었다는 둥, 미국이 그의 접근을 막으려고 영토를 준다고 했다는 둥, 여러 소문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설이 된 남자다. 그런 그가 불가에 자리를 잡더니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설 ‘먼 곳에서’는 지난해 ‘트러스트’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에르난 디아스의 데뷔작이다. 2017년 소규모 비영리 출판사의 원고 공모를 통해 출간된 이 작품은 이듬해 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디아스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미국이다. 골드러쉬가 한창이던 그 때, 모두가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던 낭만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 소설은 금광과 벼락부자, 풍요 등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여타의 작품 내용과 달리, 당시 미국의 황야와 척박함, 가난 등이 주로 나온다. 주인공인 호크, 진짜 이름인 호칸 쇠데르스트룀은 아무리 일해도 빚만 느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웨덴 고향 마을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다.

미국에 왔다고 해서 뾰족한 수는 없었다. 미국행 배를 타기 직전, 형을 잃어버린 그는 원래 목적지인 뉴욕이 아닌 샌프란시스코에 내리게 되고, 형을 찾기 위해 뉴욕에 가기 무작정 동쪽으로 걸어간다. 그곳은 황폐한 땅에 새로운 황량함이 한 겹 더 내려앉은 곳, 태양이 언제나처럼 날카롭게, 또 뭉툭하게 찔러오는 황야였다. 모든 게 점점 납작해져 가지만, 유일하게 깊어지는 건 호칸의 외로움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호칸은 금광을 찾아 헤매는 아일랜드인 가족과 동행하기도 하고, 치아가 없는 미스터리한 여인에 납치됐다가 또 박물학자 및 인디언 등을 만나 의술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다 동행하는 사람들을 지키려 살인을 저지르면서 현상 수배범이 되기도 한다. 뉴욕에 가겠다는 애초의 목적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여정 자체 혹은 존재 자체가 목적이 된다.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은 때가 되면 바뀌었지만, 그의 곁에 늘 머물렀던 것은 바로 지평선 만큼이나 끝이 없어 보이는 고독이었다. 소설가 폴 라파지는 이 작품을 “19세기 미국의 황야를, 그리고 가장 깊은 고독을 가로지르는 서사시적 여정을 그렸다”고 했고, 가디언지는 “미국 서부 정착기의 낭만화된 신화에 대한 맹렬한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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