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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인물·정책 사라지고 막말·선동 판친 총선전쟁 13일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9일 모두 막을 내리고 10일 본투표가 실시된다. 유권자 10명 중 3명이 사전투표를 통해 이미 선택을 마쳤지만 70% 가량은 소중한 주권 행사를 아직 남겨두고 있다. 투표일이 임박하자 일부 접전 지역에선 여야 후보들이 아예 밤샘 선거운동을 벌이는 등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최후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국민의 선택은 시작됐고, 여야 모두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13일 간의 총선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지만 내용은 실망과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나라의 미래를 끌고 나갈 참신한 인물도,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비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물과 정책 경쟁이 돼야 할 선거운동은 시종 막말과 선동으로 얼룩졌다. 오죽하면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선거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극단적 지지자들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더 멀어지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가 지나치게 희화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정치도 얼마든지 비판과 희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을 가려선 안된다. 이른바 ‘대파놀이’가 그 단적인 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중 물가에 무감각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문제의 ‘875원’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이다. 제1야당 대표가 “왜 대파를 들고 투표소가 가면 안되나”며 대파 헬멧을 들고 유세장에 나올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이에 올라타 ‘대파혁명’이라는 말까지 등장시켰다. 얄팍한 정치 희화로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것인데 유치한 정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다를 게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삼겹살을 먹었든, 소고기를 먹었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문제 삼고 나오고 해당 식당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처한 국가적 난제가 그야말로 산더미다.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가 대파와 소고기를 소재로 수준 낮은 정치 공세나 펼치고 있는 현실이 암울하고 참담하다.

정치가 3류로 전락하고 품격을 잃게 되면 그 결과는 더 깊은 정치혐오를 조장하게 된다. 증오와 막말, 선동과 꼼수로 점철된 이번 총선이 남긴 과제가 이렇게 크고 무겁다. 일부 자격 미달 후보들이 사퇴 압력을 외면하고 끝까지 완주한 것도 오점이다. 눈 질끈 감고 시간이 지나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오만의 극치다.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숱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 70%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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