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발레단 [발레앤모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출연하기로 했던 공연의 프로그램과 출연자가 대폭 변경, 공연기획사와 공연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볼쇼이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의 공연 변경 심의를 진행한 결과 승인이 부결됐다고 12일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에선 공연 심의를 거쳐 대관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 이후 공연 내용이 변경될 경우엔 다시 심의를 진행한다. 변경 신청이 부결되면 애초 승인받았던 내용대로 대관 계약을 진행해야하는 것이 기존의 절차다.

공연 주최사 발래엔모델은 지난해 10월 ’볼쇼이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이라는 공연으로 극장 대관 심의를 받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공연을 19일 앞둔 지난달 28일 공연명을 ‘발레앤모델 2024 슈퍼 발레 콘서트’로 바꾸고, 출연자와 프로그램을 바꿔 공연하겠다고 변경 신청을 냈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변경 내용은 출연 인원이 20명에서 8명으로 줄고, 이 중 수석 무용수는 12명에서 절반 수준이 6명으로 변경됐다. 프로그램 역시 기존 2막 12장에서 2막 10장으로 줄었고, 기존에 제출했던 프로그램도 6개가 빠지고 4개가 신규로 추가됐다. 안무에서도 기존 군무도 사라지고 파드되만 남아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신규 공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상당한 변경으로, 현 내용으로 최초 대관 심의를 진행했다면 승인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변경 신청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대관심사위원회는 “변경의 정도가 상당해 공연의 퀄리티를 담보하기 어렵고, 당초 공연 대관 계약을 상당 부분 위반한다는 점과 대폭 감소·변경된 출연진으로 공연내용 변경을 신청하기 전에 최초 계획한 출연진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볼쇼이 발레단 측과 우선 협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규공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상당한 변경으로, 현 내용으로 최초 대관심의를 진행했다면 승인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문화회관이 변경 심의를 하기 앞서 지난 4일 발레앤모델 측은 세종문화회관을 상대로 법원에 한 계약이행가처분 신청은 ‘이유 없음’으로 기각됐다.

‘발레앤모델 2024 슈퍼 발레콘서트’가 예정대로 공연을 올리기 위해선 당초 대관 계약을 따라야 한다. 현재로선 이 공연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준석 발레앤모델 대표는 앞서 9일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티켓) 오픈이 되지 못한 이유를 전혀 알 길이 없다”며 “공연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으로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