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3일(현지시간) 수백대의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면서 중동이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란의 공격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격한 지 12일 만의 보복 조치로 오랜 앙숙에도 직접적 공격을 피해온 묵시적 룰이 깨진 것이다. 이스라엘이 다시 보복에 나서겠다고 해 중동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국제 유가와 환율이 뛰는 등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악재가 겹겹이다. 정부가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상황별 대응체계 마련과 유류세 인하 2개월 추가 연장 등 물가안정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이란의 공격 규모는 예상 밖이다.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발, 지대지미사일 110발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한꺼번에 동원하고 규모도 상당하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수십 대를 출격시키고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을 가동해 99%를 요격했고 피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이스라엘에 넘어간 셈이 됐다. 미국의 반대에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면 중동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공산이 크다. 국제사회와 함께 양국이 공격을 자제하는 데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사태의 예의주시와 함께 악화시 유가 급등과 물류망 마비 등 경제 충격에 대한 대비가 급하다. 세계 석유 생산량의 6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브렌트유 가격이 120~13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로선 고유가로 가뜩이나 높은 물가가 더 뛸 수 있다. 여기에 정세 불안으로 달러 강세를 더 부추길 경우 환율은 치솟을 수 있다.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환율의 1400원대 예상도 가능하다. 고환율은 수입가격 상승으로 물가를 또 끌어올린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신(新) 3고(高)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향후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에너지·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고 본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정부는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금융·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생길 때 적절하게 대응하고 물가안정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도 더 미룰 수 없는 상태라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줄줄이다.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신뢰와 확신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가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을 적기에 투입해야 시장이 안심한다. 정치권도 민생을 돌보는 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