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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K-팝 시상식, 범람에서 새로운 지평을 향해

“무분별하게 개최되는 K-팝 시상식을 반대합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지난 달 범람하는 대중음악 시상식에 우려를 표하며, 업계 자정을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울러 협회가 써클차트(구 가온차트)를 기반으로 10년 넘게 개최해 왔던 써클차트 뮤직어워즈의 무기한 연기도 선언했다. 대중음악 시상식이 연간 20개 이상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K-팝 산업에 끼치는 악영향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협회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시상식의 과도한 홍보와 경쟁 등을 지적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K-팝의 수요자인 팬들은 시상식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는 K-팝 산업계, 시상식을 준비하는 공연계, 시상식을 주최하는 후원사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같은 현상이 누구의 잘못도 아닐지 모른다. 기획사, K-팝 가수, 주최사 모두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다. 더구나 시상식 주최사 대부분이 K-팝 발전에 기여한 미디어나 협회·단체이기에 엔터 산업 내 동반자인 것도 분명하다.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배경 탓에 시상식 범람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K-팝 산업 성장 배경에서 주최사들의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고, 과실을 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 다만 그 방법이 시상식이라는 형태로 과열된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이해관계자들이 권위 있는 시상식을 만들고자 힘을 모으면, 명분 뿐만 아니라 실익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다행히 협회의 성명서 발표 이후 많은 이들이 시상식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대중은 물론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언론계까지 그렇다. 이는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이제 다수의 공감을 바탕으로 K-팝 산업의 도약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우선 K-팝 미래를 범산업적으로 논의할 ‘상생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상생협의체의 첫 번째 안건은 시상식 문제가 될 것이다. 음악 산업과 미디어 분야를 대표하는 각 협회·단체가 모여 지금의 이슈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화를 통해 시상식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산업과 미디어 간의 균형을 유지해 K-팝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상생협의체에는 정부도 참여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이는 만큼 국가 정책에 맞는 정부의 K-팝 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관이 협력하여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면, K-팝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정부가 참여를 넘어 상생협의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운영하면 더욱 확실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협회는 K-팝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팬들도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우리 협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K-팝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전 세계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K-팝 산업의 세계적인 위상은 종사자 뿐만 아니라 정부 및 K-팝을 사랑하는 팬들 모두의 힘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다. 지속 가능한 K-팝의 도약을 위해서 우리 모두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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