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미소 등 통해 속내 드러내
비언어적 표현 과신 금물…공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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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서울 시내 한 카페. 직장인 A씨(32)는 오랜만에 하는 소개팅을 하러 주말에 나왔다. 긴머리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나온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A씨는 머리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아래 쪽을 내려다 보는 그녀가 예뻐 보였지만, 조금 걱정이다. 말투는 친절했지만, 다시 보자는 말은 뉘앙스로도 풍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자는 말이 없던 그녀는 과연 A씨와 ‘그린 라이트’일까. A씨는 그녀에게 애프터를 신청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독일의 심리학자 디르크 아일러트는 A씨에게 애프터를 신청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소개팅 그녀는 A씨에게 다시 만나자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A씨가 마음에 든다는 의사를 말이 아닌 ‘비언어적 표현’으로 충분히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신간 ‘감출 수 없는, 표정의 심리학’을 통해 인간은 말 뿐 아니라 표정, 제스처, 자세, 목소리 등을 통한 비언어적 표현으로 자신의 의중을 은연 중에 표현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표정이다. 얼굴은 표정을 통해 다른 신체 언어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표정은 문화를 초월해 알 수 있고, 일부는 의도적으로 지어내기 힘든 반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인간의 뇌는 진화 과정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인 변연계와 얼굴 근육이 연결돼 자신의 감정이 얼굴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설계됐다. 물론 의도적으로 미소를 짓거나 찡그릴 수 있지만, 이런 표정은 변연계가 아닌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운동 피질과 관련이 있다. 포커 페이스(Poker Face, 무표정 혹은 의도적인 표정)란 말이 있긴 하지만, 인간의 뇌 구조상 모든 표정이 포커 페이스가 될 순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얼굴 부위 중 눈썹은 더욱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저서에 따르면, 눈썹머리를 올리는 표정은 의기소침이나 연민, 불만족, 실망,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낸다. 눈썹머리의 상승과 함께 이마 가운데 일자 주름이 만들어지면 슬픔의 표현이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표정의 한 부분만 봐서는 상대방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눈썹을 올리며 찡그린 표정은 슬픔 뿐 아니라 걱정의 의미가 있고, 더불어 ‘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실행력의 표현일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그는 “인상은 항상 전체적 맥락에 따라 전개된다”고 말한다.
미소 역시 두 가지의 종류가 있다. 운동 피질이 만드는 사회적 웃음과 변연계에서 비롯되는 감정적인 미소 등이 그것이다. 누군가 나를 향해 입꼬리만 올라가는 미소를 짓는다면 예의상 웃어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입꼬리 뿐 아니라 눈이 함께 웃고 있다면 정말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저자가 A씨에게 소개팅의 그녀에게 애프터를 추천한 것도 그녀가 눈웃음, 머리를 살짝 돌려 내려다보는 등 A씨에게 호감이 있다는 비언어적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표정 뿐 아니라 목소리 톤은 감정적 격양 단계를 알려준다. 목소리 높이가 평소보다 멀어질 수록 더 흥분 상태라 볼 수 있다. 눈을 마주치는 일은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기부함 옆에 사람 눈을 그리면 사람들이 12달러 가량 기부금을 더 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눈을 자주 깜빡이진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말할 때 더 빨리 눈을 깜빡이는데, 다른 사람이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초조해져 그렇다.
이와 함께 자신이 주시하는 대상에 대해선 시선과 함께 몸을 돌린다. 저자는 특정인의 관심사를 알아보려면 그의 4C, 즉 ▷턱(Chin) ▷상체 또는 가슴(Chest) ▷몸의 중심(Cneter of bodymass) ▷발끝(caps of toe) 등이 향하는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저자는 ‘4C 규칙’을 통해 영국 왕실의 형제인 윌리엄과 해리 사이에 틈이 생긴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다이애나비 기념 동상 제막식 당시 윌리엄의 몸과 시선은 어머니의 기념 동상을 향해 있었지만, 해리는 형을 향하고 있었다.
이처럼 인간의 비언어적 표현 기법을 다 안다고 해도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바로 ‘인지 오류’라는 사고의 함정 때문이다. 또 변연계가 표현하는 인간의 표정은 0.1초의 찰나에 지나가기 때문에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자신에게 보내는 유혹의 신호를 평균 36%, 여성은 18% 밖에 알아채지 못한다. 여성이 둔하다기 보다 남성의 신체적 표현이 풍부하지 않은 탓이다.
저자는 “비언어적 신호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상대방의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보이며 진정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감출 수 없는, 표정의 심리학/디르크 아일러트 지음·손희주 옮김/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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