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삼 [농촌진흥청 제공]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가장 대중적인 인삼의 형태는 홍삼이다. 색이 검은 흑삼은 홍삼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부족하다.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비교적 고가에 거래돼 홍삼처럼 대중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흑삼도 면역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인삼이다. 최근에는 호흡기 염증 억제와 전립선 건강에 기여한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삼협회에 따르면 국내 인삼은 재배법과 가공 방법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땅에서 캐내 말리지 않은 인삼을 수삼(水蔘)이라 하는데, 이를 수증기에 한 번 쪄서 말리면 붉은 홍삼(紅蔘)이 된다. 이 과정을 3차례 이상 반복한 것이 바로 흑삼(黑蔘)이다. 이름처럼 흑갈색이다.

홍삼보다 제조 과정이 복잡하지만, 흑삼은 찌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쓴맛이 줄고 향은 더 진해진다. 특히 인삼의 핵심 성분인 ‘진세노사이드(사포닌)’ 함량이 증가한다. 민병훈 배재대학교 교수팀 연구(2014)에 따르면 흑삼은 홍삼보다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8배, 항산화 효능은 10배 높았다. 진세노사이드는 면역 유지와 피로 회복에 좋은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에는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연구 결과도 나왔다. 농촌진흥청과 생명공학연구원, 알피바이오 공동연구팀이 호흡기에 불편을 느끼는 1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 흑삼 추출물(0.5g)을 12주간 먹은 그룹은 먹지 않은 그룹보다 호흡기 염증 정도가 186% 개선됐다.

김금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과장은 “이번 인체실험을 통해 흑삼이 호흡기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0월엔 전립선 비대증과 관련된 연구도 발표됐다. 전립선 비대증은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 크기가 커지면서 요도에 압력이 가해져 배뇨 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농촌진흥청이 전립선 비대증을 유도한 실험용 쥐에게 4주간 매일 흑삼을 먹인 결과, 전립선 무게가 대조군보다 최대 16.9% 줄었다. 전립선 비대증 유발과 관련된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는 최대 48.6% 감소했다. 관련 의약품 효과보다 우수한 수치라는 분석이다.

연이은 연구 발표에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흑삼 활용은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김금숙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건기식 원료 시장에서 ‘호흡기 건강’으로 등록된 원료는 아직 없다”며 “인체 적용 시험까지 성공한 흑삼이 등록되면 최초가 된다”고 말했다.

흑삼을 찌고 말리는 기술의 발전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과거에는 수삼을 7번 이상 찌고 말리면서 가격도 비싸지고 대량 생산도 어려웠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이 3~4회 증숙하는 신규 제조공정을 개발, 현재는 그 횟수와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

최근에는 흑삼을 비타민 제품에 넣는 등 건강식품의 출시도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홍삼에 이어 흑삼까지 우리나라 건기식이 확장된다면 국내 인삼 산업 전반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