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60여 년간 이어진 ‘문화재’라는 공식 명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대신 새 명칭인 ‘국가유산’이 사용된다. 이에 따라 문화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범한다.
지난해 제정된 국가유산 기반의 ‘국가유산기본법’이 오는 17일부터 시행된다. 문화재는 과거 유물의 재화적 성격이 강하고, 자연물이나 사람은 문화재로 지칭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따른 대대적 변화다. 실제로 그동안 문화재에 기반한 ‘문화재보호법’은 1962년 일본 법률을 원용해 제정된 이후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됐다.
새 법인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문화재 용어·분류·보존·관리·활용 정책 등이 국가유산 체계로 전면 개편된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 출범식을 이날 오전 정부대전청사 대강당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우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 유네스코 국제 기준인 ‘유산’(heritage) 개념이 적용돼 모든 유산이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으로 나눠 관리된다.
문화유산은 국보, 보물 등과 같은 국가지정 유형 문화유산과 민속문화유산, 사적 등을 포괄한다. 자연유산은 기존 천연기념물과 명승을, 무형유산은 고정된 형태가 없는 전통예술과 의식주 등의 생활관습, 민간신앙 의식 등을 두루 아우르는 개념으로 규정됐다.
관련 용어도 ‘국가무형문화재’는 ‘국가무형유산’, ‘등록문화재’는 ‘등록문화유산’, ‘매장문화재’는 ‘매장유산’, ‘비지정문화재’는 ‘비지정유산’ 등으로 변경된다.
행정조직도 각 유산의 유형과 특성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꾸는 문화재청은 기존 정책국·보존국·활용국 체계의 1관3국19과(본청 기준)에서, 유산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문화유산국, 자연유산국, 무형유산국과 국가유산 정책총괄, 세계·국외유산, 안전방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유산정책국의 1관4국24과로 재편한다.
체제 변환에 따라 정책 패러다임도 ‘유산 보존’보다는 ‘산업적 활용’ 방향으로 중심축이 옮겨간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유산청을 지칭하는 새로운 영문 명칭이다. 기존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CHA)에서 관리보다 활용 서비스를 강조하는 ‘Korea Heritage Service’(KHS)로 바뀌기 때문이다.
관련 조직도 신설된다. 국가유산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등을 담당하는 국가유산산업육성팀, 소멸위기의 유산 보호·관리를 담당하는 지방소멸위기유산대응단과 종교 관련 유산 업무를 다루는 종교유산협력관이 새로 만들어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가유산 정책이 기존 과거 지향적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국가유산의 미래 가치를 더해 국민들에게 편익을 주고, 이른바 ‘K-헤리티지’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공유하는 정책들이 집행될 것”이라고 설명햇다.
산하 기관 명칭도 바뀐다. 국가유산 정책을 심의하는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유산위원회’, 국가유산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한국문화재재단은 ‘국가유산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꾼다. 잠재적 가치를 지닌 유산과 비지정 유산의 경우 보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유산자료’, ‘자연유산자료’로 지정·관리할 수 있게 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의 새롭고 미래적인 가치의 창출,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지킴으로써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정책의 발굴과 집행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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