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최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인 세 명이 결선에 진출, 3년 연속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석권을 노렸으나 올해는 실패했다. 세 사람 모두 6위권 입상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엘리 최(23)가 3위에 올랐다.

2일(현지시간) 새벽 벨기에 브뤼셀의 보자르 공연장에서 진행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엘리 최는 3위에 올랐다. 5위엔 한국계 미국인 줄리안 리(24)가 호명됐다.

엘리 최는 2001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나 만 3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엘리 최는 여섯 살이었던 2007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음악 페스티벌(참가자격 8∼23세)에 특별 초청 케이스로 참가, 나이를 불문하고 전체 참가자가 겨루는 ‘바하 더블 경쟁부문’ 3악장 부문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같은 대회 11세 이하 솔로 연주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알려 국내에 ‘최유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2009년부터 미국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동시에 미 컬럼비아대 경제철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5위를 차지한 줄리안 리는 시카고 아카데미 음악원을 거쳐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줄리안 리도 7세 나이에 미국 밀워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2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에서 은메달을, 2020년 엘마 올리베이라 콩쿠르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우승은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가 차지했다. 그는 이날 우승이 확정된 뒤 13명의 심사위원들과 한 명씩 인사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심사위원과 악수를 거부했다.

우도비첸코는 “그와 악수하기 싫었다”며 “오늘 우승은 틀림없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당연히 우크라이나인으로서 이 영광을 우리나라에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2, 4, 6위에는 조슈아 브라운(25·미국)와 케빈 주(24·미국), 요시다 미나미(26·일본)가 올랐다.

한국 국적 음악가 최송하·유다윤·아나 임 등 3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12명의 결선 진출자에 포함돼 관심을 모았으나 입상에 해당하는 6위 이내에는 들지 못해 수상은 불발됐다.

1937년 창설된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는 젊은 음악가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행사로 매년 성악,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부문이 번갈아 개최된다.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였던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에서 퇴출되며 퀸 콩쿠르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바이올린 부문 역대 우승자는 2015년 임지영이 유일하며, 다른 부문에서는 홍혜란(성악, 2011년), 황수미(성악, 2014년), 최하영(첼로, 2022년), 김태한(성악, 2023년)이 있다. 폐지된 작곡 부문 경연에서도 조은화(2009년), 전민재(2010년)가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