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여가시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길었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는 체감 인식은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여가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2021년 10월 기획조사로 시작한 ‘여가·문화·체육 주례조사(19세 이상 성인 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 이상 대상)’를 한다. 이번 여가에 대한 체감인식은 지난해 1년간 총 2만7426명의 응답자의 ‘여가 충분도(여가시간이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을 분석한 것이다.
여가시간 차이는 자녀의 유무와 성장단계에 따라 변했으나, ‘충분도’는 자녀독립기를 제외한 전단계에서 여성이 높았다. 충분 의식은 자의적 통제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가구구성 특성에 따라 여가시간과 인식을 달리 나타나는데, 편의상 ‘미혼’, ‘무자녀’, ‘영아자녀’, ‘유아자녀’, ‘초등자녀’, ‘청소년자녀’, ‘성인자녀’, ‘독립자녀’의 8단계로 했다. 유자녀 가구의 구분은 막내의 나이를 기준으로 했다.
조사분석결과, 여가시간 충분도(5점 척도 중 4, 5점 비율)에 대한 평가는 긍정이 부정보다 많았다. ‘평소 여가시간에 대해 어떻게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남녀 전체 응답자는 ▷‘충분하다(4, 5점)’가 37% ▷‘보통(3점)’이 41% ▷‘부족하다(1, 2점)’는 22%로 답했다. ‘충분하다’ 반응이 ‘부족하다’보다 15%포인트(p) 높다는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중년,노령 이상에 해당하는 독립자녀가구원(이하 ‘독립자녀’, 다른 범주도 동일하게 표기함)의 충분도가 50%로 가장 높았고, 영아자녀가 17%로 가장 낮았다.
미혼(36%)과 무자녀(34%)는 평균(37%)에 가까웠으나 영아자녀가 생기면서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후 계속 상승해 청소년자녀(34%)는 무자녀 수준으로 오르고, 성인자녀(43%)와 독립자녀(50%)는 평균을 크게 넘어선다. 아이가 크면서 여가가 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의 충분도가 39%로 남성(34%)보다 5%p 높았다. 하루 평균 여가시간에서 여성(3.8시간)이 남성(3.9시간)보다 0.1시간 짧았던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이다.
남녀의 여가시간 충분도는 가구구성 8단계 거의 전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미혼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3%p 높았고(남 21%, 여 27%) ▷무자녀 12%p(남 29%, 여 41%) ▷영아자녀 2%p(남 16%, 여 18%) ▷유아자녀 6%p(남 21%, 여 27%) ▷초등자녀 8%p(남 25%, 여 33%) ▷청소년자녀 10%p(남 29%, 여 39%) ▷성인자녀 3%p(남 41%, 여 44%) 차이로 모두 여성이 높았다. ▷독립자녀(남 50%, 여 50%)에 이르러서 같은 수준이 됐다.
주목할 부분은 독립자녀를 제외한 전 단계에서 여성의 체감 충분도가 남성보다 높았고, 영아자녀에서조차 여가시간이 0.1시간 더 짧은 여성이 2%p 차이로 높았다는 점이다.
여행을 가서도 엄마가 아이들을 더 챙기는데, 엄마는 이 역시 휴가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영아자녀가 있는 때는 여가시간의 길이와 충분도 모두 가장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기다. 여성(2.6시간, 18%)의 경우 직전 단계인 무자녀(4.1시간, 41%)에 비해 여가시간은 3분의2 이하로, 충분도는 절반 아래로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여성의 충분도가 남성보다 2%p 더 높다는 점은 의외다.
이런 차이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준비 태세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산과 이후 전개될 양육에 따르는 시간적, 심리적 부담의 양과 질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잘 준비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컨슈머 인사이트 연구진은 진단했다.
무자녀기에는 여가시간도 많고 충분도도 높은데, 여성이 특히 더 그렇다. 자녀양육기에는 시간도 적고 충분도도 낮으나, 시간에는 남녀 차이가 없고 충분도는 여성이 더 높다.
이는 여성의 생활시간(일, 학습 등)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일과 여가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여가시간의 ‘충분/부족’ 평가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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