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프로즌요거트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판매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키미디어커먼스] |
퇴근 후 부엌
술에 절어 해장국을 시켜만 먹다가 어느 날 집에서 소고기뭇국을 직접 끓여봤습니다. 그 맛에 반해 요리에 눈을 떴습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지만 나를 위해 한 끼 제대로 차려먹으면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한 끼에 만 원이 훌쩍 넘는 식비에 이왕이면 집밥을 해먹어야겠다 결심이 섰습니다. 퇴근 후 ‘집밥러’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
|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이 올라간 모습. [요아정 SNS 캡처]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요아정’
요새 이 단어 하나로 잘파(Z+알파) 세대 트렌드를 잘 아는 사람인지 테스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힌트를 드리면 평일 점심 시간에도, 저녁 9시에도 배달앱 인기 검색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디저트 브랜드입니다.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의 줄임말로 2020년 트릴리언즈가 설립한 배달 전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입니다. 음식 이름이 아니라 브랜드 이름이죠. 2021년 성수동에 첫 배달 전문 매장을 시작으로 현재 350여 개의 매장을 전국에서 운영하며 세를 불렸습니다. 인기는 상상 초월입니다. 가맹 문의가 폭주하자 “응대가 원활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가맹 계약 기준으로 매장 수는 400여 곳을 돌파했는데, 전국 맥도날드 매장수(420여곳)를 따라잡을 기세입니다. 요아정은 지난달 31일 대구의 간장 회사 삼화 식품에 팔렸습니다. 기업가치는 무려 400억원으로 몸값이 정점일 때 팔린 셈이죠.
요아정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을 꼽자면 ‘내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토핑’입니다. 10여 종의 과일과 30여 종의 과자, 소스 등 다 합쳐 50여종의 토핑이 있는데 이를 마음대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조합으로 먹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사악한 가격이 문제입니다. 이것저것 담다 보면 한 그릇에 2만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
미국의 프로즌 요거트 프랜차이즈 ‘멘치스’ [위키미디어 커먼스] |
이토록 신박한 디저트가 어디서 나온 건가 궁금해 찾아봤습니다. 알고보니 요아정, 원래 이름은 따로 있었습니다. ‘프로즌 요거트(frozen yogurt)’ 또는 ‘프로요(froyo)’라고 합니다. 무려 1980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디저트입니다. 토핑을 내 마음대로 골라 섞어 먹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 본토에서는 프로요 인기가 시들합니다. 프로즌 요거트 프랜차이즈 매장 역시 줄줄이 문을 닫으며 위기를 맞았죠. Y2K(2000년)를 그리워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추억팔이 음식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퇴근 후 부엌에서는 ‘원조 요아정’을 파헤쳐봅니다. 또 배달해 먹는 것보다 저렴한 ‘요아정’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음식썰]
|
1985년 콜롬보 프로즌 요거트 광고 포스터. |
‘프로요’의 시초는 1970년 요거트를 얼려서 만든 아이스크림입니다. 맛은 아이스크림보다는 요거트에 가까웠다고 하는데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지금의 형태와 달리 시큼했고, 셔벗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미국의 낙농 회사인 HP 후드사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가까운 ‘프로거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요아정’같은 체인점은 1981년에 본격적으로 생겨납니다. TCBY(The Country’s Best Yogurt·직역하면 ‘나라의 최고 요거트’) 체인점이 원조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었죠. TCBY는 1984년까지 미국 전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열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프로즌 요거트는 1990년대 전체 냉동 디저트 시장의 10%를 점유하며 초고속으로 질주했습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건강 열풍’이 꼽힙니다. 프로즌 요거트 브랜드는 아이스크림보다 지방과 설탕이 적게 들어갔다고 마케팅을 펼치며 냉동 아이스크림 시장의 파이를 야금야금 차지합니다.
|
오프라 윈프리가 핑크베리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다. [핑크베리 SNS 캡처] |
1990년대 후반, 프로요의 인기는 잠깐 시들해졌지만 2000년대 ‘셀럽(유명인) 마케팅’과 함께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습니다. 2005년 미국 웨스트 할리우드에 처음 문을 연 ‘핑크베리(Pinkberry)’ 덕분이었습니다. 핑크베리는 처음으로 프로즌 요거트에 커스터마이징(사용자화)을 도입한 프랜차이즈죠. 지금의 요아정처럼 시리얼, 초콜릿, 과일 등 토핑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핑크베리는 킴 카다시안, 테일러 스위프트 등 헐리우드 셀럽들이 핑크베리 컵을 들고 있는 사진이 자주 찍히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습니다.
|
핑크베리 요거트 아이스크림. [핑크베리 SNS 캡처] |
그런데 이 핑크베리, 알고 보니 한국계 미국인이 세운 회사입니다. 핑크베리의 창업자는 킥복서 출신이자 건축 디자이너 이영 씨와 미셸 황(황혜경)으로, 여러 외식 사업을 하다가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사업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핑크베리의 인기는 어마무시했습니다. 지역 신문에서는 ‘주차 위반 딱지 1000장을 끊게 한 맛’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핑크베리를 사먹기 위해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이 매장 주위에 불법 주차를 하자 경찰들이 단속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2007년 핑크베리는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로부터 연락까지 받습니다. 스타벅스의 창업자가 핑크베리를 직접 찾아, 투자하고 싶다고 밝힌 것이죠. 핑크베리는 스타벅스가 운영하는 벤처펀드 메버론사로부터 투자까지 받습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클지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핑크베리는 2010년대 후반 위기를 맞습니다.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74개 가맹점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현재는 전성기의 절반 수준의 매장만 운영 중입니다.
프로즌요거트 시장에 찬 바람이 불어 닥친 건 미국의 F&B 트렌드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우선,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당 함량이 높은 프로즌 요거트가 건강하다는 마케팅이 더 이상 먹히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제 아침에 시리얼을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식의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지 않게 됐죠.
|
미국의 아이스크림 매장 16핸들즈와 식물성 대체 유제품 브랜드 오틀리가 선보인 비건 아이스크림. [16핸들즈 홈페이지 캡처] |
두번째로는 식물성·비건 식단의 유행, ‘제로 아이스크림’의 등장입니다. 201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과 동물권을 지키기 위한 비건식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이에 맞춰 시장에서도 식물성 대체육과 대체 유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실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프로즌 요거트 체인점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비싼 가격도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데에 한몫 했습니다.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요아정의 인기가 금세 시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제2의 탕후루처럼 우후죽순 프랜차이즈 매장만 생기고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측면에서 요아정은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한가지 장애물은 가격입니다. 배달 기준 금액을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토핑을 추가하다보면 2만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홈메이드 요아정 레시피’가 유행하는 이유입니다. 요아정보다 저렴하고 건강한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재료: 플레인 무설탕 요거트 450g, 생크림 150g, 레몬즙 5T, 알룰로스 5T, 토핑 재료(초콜릿)
1. 요거트를 통째로 약 3시간 얼려줍니다. 뜨거운 물을 볼에 담아 요거트를 녹이면 쉽게 빼낼 수 있습니다.
2. 생크림이 단단해질 때까지 거품기로 휘핑해줍니다.
3. 생크림과 얼린 요거트, 레몬즙, 알룰로스를 넣습니다.
4. 재료를 블렌더로 곱게 갈아준 다음 냉동실에 넣어 3시간 얼립니다.
5. 완성된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을 얹습니다. 뜨거운 물에 초콜릿을 봉지째 담고 녹이면 손 쉽게 토핑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