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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황금기 있었는데”...역성장 獨 경제, 폭스바겐과 닮은꼴[디브리핑]
과거의 성공에 안주한 독일·폭스바겐
높은 인건비·사업 전환 실패 불러
올해 독일 경제 역성장 전망
지난 9월 독일 폭스바겐 공장 사진.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독일 국민기업 폭스바겐이 1937년 창사 이후 최대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독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면서 2년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노조, 신사업 전환 실패, 중국에 밀린 시장 경쟁력 등 폭스바겐의 고질적인 문제가 독일 경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경제를 이끌었던 독일이 침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0.3%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의 예측이 현실화하면 독일 경제는 2023년 0.3% 역성장한 데에 이어 2024년에도 0.2% 후퇴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경기 침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2002년 독일 경제는 0.2% 감소했고 이듬해인 2003년에도 0.5% 위축됐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을 위해 독일 내 공장 2곳을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몇 년 간 중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9일(현지시간)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0.3%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경제학자들은 독일 경제가 황금기였던 시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NYT는 “폭스바겐과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황금기였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증가했던 이 기간 미래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고 전했다. 하벡 장관도 “기본적으로 2018년 이후 독일은 어떤 성장도 이뤄내지 못했다”며 “지난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옌스 수데쿰 뒤셀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교의 경제학자는 “독일 경제는 정말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폭스바겐도 마찬가지였다”며 “독일은 너무나도 성공했고, 사람들은 성공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실에) 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은 전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6년 매출 기준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가 됐고,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에도 중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당시 전체 자동차 판매의 40%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등 수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독일 경제도 마찬가지였다. NYT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부문 예산 흑자를 기록했다.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등 유럽 경제 위기에도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중국 자동차의 위협이 있었지만 독일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다. NYT는 “독일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하고, 공급망 구축하는 데 주력한 BYD와 같은 중국 브랜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동차 노조는 혁신을 거부하며 인건비 인상을 초래했다. 유럽 최대 산업별 노동조합인 독일 금속산업노조(IG메탈)은 최근 몇 년 동안 독일 폭스바겐 공장을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경영진을 반대했다. 2022년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CEO)는 노조와의 갈등으로 사임하기도 했다. 디스 CEO는 “테슬라가 10시간 걸릴 일을 폭스바겐은 30시간이 걸린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환에 실패하면 3만 명을 감원해야 한다”고 말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최근까지도 IG 메탈은 국내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7%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르네 마이스윈켈 폭스바겐 인사 책임자는 “독일에서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며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만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도 폭스바겐과 독일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라스무스 케르스팅 빌라노바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규제를 줄이고, 기업이 더 민첩하게 행동하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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