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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헌법에 ‘적대국 대한민국’ 명시
‘적대적 두 국가론’ 뒷받침 조치
김정은 위원장, 선대 유훈 폐기
남북관계 근본적인 변화 맞아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4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연말부터 주장해 온 ‘적대적 두 국가론’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치다.

해방과 전쟁, 분단을 거치면서도 단일민족에 기반을 둬온 남북관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이틀 전 감행한 남북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하면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7~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남측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을 개정했는데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수정했음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민족역사에서 통일·화해·동족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면서 기존 헌법의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 신설과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하는 내용을 반영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헌법 서문에서부터 ‘선대 수령’인 김일성·김정일의 ‘위업’이자 ‘국가 과업’으로서 조국통일 노력을 명시한 내용 등을 뒤엎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후 북한은 대남기구 개편과 각종 기관 및 홈페이지 정리, 민족·통일 연상 용어 통제, 한반도 조형물 제거 등 대남 흔적 지우기에 나섰고 이번에 헌법 개정으로 대미를 찍었다.

신문은 또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 제00122호에 따라 인민군 총참모부는 1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으로 남부국경의 동·서부지역에서 한국과 연결된 우리 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며 헌법 개정에 영토 조항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헌법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으로 남북 적대적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을 이용해 헌법 수정 결정을 이번에 공개한 것”이라며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내부 반발 등을 고려해 발표 시점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1972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1차 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했으며 이번에 11번째 개정을 단행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헌법 개정에 대해 반통일적, 반민족적 행위라며 강력 규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오늘 헌법의 요구에 따라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했다며 헌법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면서 “이는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로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8·15 통일 독트린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이번에 남북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 폭파 때 도로와 함께 철도도 폭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성 대변인은 “15일 낮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 폐쇄했다”며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토환경보호성 대변인은 “폭파가 주변의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치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연결통로가 철저히 분리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남북 경의선·동해선 폭파 사실을 보도하면서 합참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 공개 보도를 현재 분석 중”이라며 “합참이 공개한 영상을 북한이 무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분석 중이어서 가능성이라고 말했다”면서도 “만약 그쪽 지역에서 사진을 못 찍었거나 잘못 나왔거나 하면 북한 주민에게 알려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무단으로 도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의·동해선 폭파 이후 북한군 동향에 대해 합참은 “폭파 이후 불모지 도로 건설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며 “폭파한 지역의 도로 토사물들을 제거하는 작업 등 추가 작업하는 정황들이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대원·오상현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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