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가천대 반도체공학과 유호천 교수가 경북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 장병철 교수, 한국세라믹기술원 김영재 박사와 함께 종이를 기판으로 사용한 저비용, 친환경 전자소자를 개발했다.
연구에는 유호천 교수 연구실에 최왕명 박사과정생, 신지현 석사가 함께 참여했다.
신경모사(Neuromorphic) 기능과 물리적 복제 방지(Physical Unclonable Function) 기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자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재료 분야의 세계적인 국제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 (Impact factor: 29.4)에 논문명 ‘Versatile Papertronics: Photo-induced Synapse and Security Applications on Papers’로 게재됐고, 해당 저널의 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소자는 각기 인간의 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량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과 디지털 지문으로 활용되는 소자들로, 차세대 인공지능과 데이터 보안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기술들은 높은 제조 비용과 복잡한 공정이 필요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고온 공정을 요구하는 반도체 제조 방식은 비용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고온 공정을 요구하는 기존 반도체 제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이의 유연성 및 경제성을 극대화한 혁신적 접근 방식이다.
연구팀은 저온 용액 공정을 활용해 종이 기판 위에 안정적으로 전자 소자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가의 반도체 기판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종이 기반 전자소자의 실용화 가능성을 열었다. 종이 기반 전자기기는 외부 힘에 의한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도록 고분자와 산화 금속 나노입자를 활용해 설계됐다.
이 두 재료는 자외선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특히 산화 금속 나노입자는 265nm 파장의 자외선 C 펄스에 노출될 때 나노입자 표면의 다수 결함으로부터 광전자의 트랩을 유도하고, 생물학적 시냅스를 모방한 신경형 행동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종이 기판에서 신경모사 컴퓨팅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개발된 소자는 광학 펄스의 강도, 펄스 지속 시간, 주파수 등을 조절함으로써 신경모사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0.01 V의 매우 낮은 동작 조건에서도 얼굴 인식 실험에서 표준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대상으로 91.7%의 높은 인식 정확도를 달성했다. 이는 종이 기반 신경망 시스템의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이다.
연구팀은 이와함께 보안 애플리케이션에서 중요한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을 지폐 위에 구현했다. 산화 금속 나노입자의 증착 과정에서 생성된 불균일한 균열과 패턴은 각 소자가 고유한 전기적 특성을 갖게 하여, 무작위성과 고유성을 지닌 보안 키를 생성할 수 있게 했다. 이 지폐위에 제작된 보안 소자는 시간이 지나도 전기적 특성과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굽힘 응력에도 견디는 성능을 확인했다. 이러한 성과는 고가 화폐의 위조 방지를 위한 보안 검증 시스템으로의 실질적 응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통해 종이 기판을 활용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차세대 전자소자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종이와 전자소자의 융합이 일상생활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을 보다 편리하고 휴대성 높은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실용적 솔루션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유호천 교수와 장병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종이 기판 위에 신경모사 및 보안 기능을 구현한 최초의 사례로, 기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중요한 성과”라며,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소재를 활용한 반도체 소자 개발로 지속 가능한 전자 제품 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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