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도 안 가고 음악 앱 삭제도
[유튜브 화면 캡처]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신곡 ‘아파트’(APT.)가 수험생들 가운데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분위기다.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 나모(18)군은 요즘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신곡 ‘아파트’(APT.)를 안 들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도입부부터 수없이 반복되는 ‘아파트’라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전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고 있으나 수험생인 나군에게는 멀리할수록 좋은 노래일 뿐이다.
나군은 “시험을 보다가도 노래가 머릿속에서 들릴 것 같아 걱정된다”며 “어른들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냐’고 비웃을 수 있어도 중요한 시험을 앞둔 입장에서는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수능 금지곡이란 노랫말과 멜로디의 강한 중독성 탓에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아 수험생의 집중력을 해치는 음악들을 일컫는 말이다. 후렴구 ‘링딩동 링딩동 링 디기디기딩딩 링딩동’이 반복되는 샤이니의 ‘링딩동’이 대표적이다.
SS501의 ‘유알맨’(U R Man)과 레드벨벳의 ‘덤덤’(Dumb Dumb)도 수능 금지곡으로 꼽힌다. 10대 청소년이 좋아하는 아이돌그룹 노래가 대부분이지만, 동요 ‘상어가족’과 각종 광고 노래도 적잖이 포함된다는 게 수험생들의 설명이다.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금지곡이 재생되는 ‘낚시글’을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 이미 선 넘은 장난이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장난을 쳤다가 계정이 차단당했다는 글도 여럿 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수능 금지곡의 가사가 계속 머리에 맴돌아 미치겠다”며 “어떻게 머릿속에서 없애야 하느냐”고 적기도 했다.
이처럼 머릿속에서 특정 노래의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귀벌레 현상’이라고 부른다. 수험생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잔뜩 긴장한 뇌를 이완시켜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의 심리는 생각보다 약해서 단순하고 반복되는 음을 들으면 쉽게 감정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며 “특히 경험이 적은 청소년들은 쉽게 '귀벌레 현상'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음악 같은 노래를 듣거나 가벼운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을 한다면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다”며 “모의고사 때마다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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