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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너무 싸고 품질도 굿”… 대만 관광객 덕, 광장시장 때아닌 ‘이불 호황’[르포]
31일 광장시장, 겨울 앞 대만 관광객들 광장시장서 ‘이불’ 폭풍 구매
“너무 싸고 품질도 한국이 최고”… 대만 20만원 vs 한국 6만원 가량
가격 들으면 대만관광객들 ‘티엔니더(싸다) 티엔니더(싸다)’
한복 문화 사라지면서 혼수 폐백점들 ‘개점휴업’
31일 찾은 광장시장 모습. 김도윤 수습기자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10월 3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광장시장. 영업 준비를 하는 시장 상인들 틈에서 골목 순찰을 하는 상인회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 광장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가 무엇인지 묻자, 상인회 관계자는 ‘이불’ 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광장 시장 내 이불 점포 들은 ‘호떡 집에 불’이 난 듯 쉴 새 없이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불 매장을 찾았다. 그곳에 들른 손님들 대부분은 대만 관광객들이었다. 그들은 구경만 하고 가는 손님들이 아니었다. 통상 관광객들의 소비가 그렇듯 짧은 시간 압축적으로 구매 여부를 확정하고 다른 곳으로 다시 이동한다. 구매 결정은 신속하고 덕분에 매장 회전율은 높다. 상인회 관계자가 ‘이불에 불이 났다’고 설명한 것도 뒤늦게 이해가 갔다.

이불코너에서 만난 한 상인이 대만 관광객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도윤 수습기자.

광장시장 이불 매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루에도 대만 관광객 버스가 수없이 쏟아들어져 온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은 소위 큰손들이다. 방문 그룹마다 이불을 적게는 5채 많으면 10채도 사 간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광장시장에서 30년 넘게 이불 도매업을 해온 성모(60) 씨는 “대만 사람들이 텐셀 이나 모달 이불 있냐며 많이 찾아온다”며 “젊은 사람들이 여행와서 부모한테 영상통화로 이불 보여주고 이불을 한번에 5채 6채씩 사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성 씨는 “요즘엔 배송도 쉬워져서 1.6kg 이불 한 채를 배송하는데 1만원 ~2만원이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른 가게에서 만난 김모(70) 씨는 “옛날에는 중국에서 많이 와서 물건을 구매해 줬는데 요즘엔 대만에서 많이 찾아준다”며 “대만에서 입소문이 나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불 가격을 들으면 티엔니더(싸다) 티엔니더(싸다) 그런다”고 답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 가이드인 오모(37) 씨는 “코로나 상황이 지나서 한국 이불이 좋다고 대만 쪽에 입소문이 난 것 같다”며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에서 오신 분들이 다수인데 광장시장이 항상 패키지 일정에 들어있다. 광장시장에 오자마자 대만 관광객들이 이불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 가장 먼저 이곳부터 찾아 왔다”고 했다.

이날 이불코너에서 만난 한 대만 관광객은 “틱톡이나 유튜브에 한국 이불이 좋다는 소식을 많이 접할수 있다”며 “한국 이불은 세탁하기 편하고 품질이 좋다”고 답했다.

대만관광객들 사이에 한국 이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광장시장을 찾는 대만 관광객으로 이불코너는 활기를 띠었다.김도윤 수습기자.

이날 둘러본 이불코너는 활기가 넘쳤지만 모든 가게가 그렇지는 않았다. 한복코너에서 만난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한 상인은 한복 가게를 포함한 7개의 폐백집 가운데 1곳이 최근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남은 6곳 중 3곳은 간판만 한복을 판다고 써놓고 실제로는 다른 물품들을 파는 곳이라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상인들은 결혼하는 사람이 늘어도 폐백 문화는 사라지고 한복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했다.

광장시장에서 폐백집을 이어오고 있는 한 가게 모습. 김도윤 수습기자.

정모(62) 씨는 “가을에 많을 때는 한주에 30, 40쌍도 받았었는데 지금은 많아야 한주에 한두쌍”이라며 “예식장에서 폐백실을 없앤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2대 째 폐백집을 이어오고 있는 김효진(44)씨는“폐백은 거의 없고 이바지만 있다”며 “올해는 여름이 더워 가을에 결혼하는 부부가 많다고 들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결혼 식순이 많이 간소해져 폐백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한복 코너에서 만난 김영주(64) 씨는 “양가 혼주분들이나 한복집을 찾으시지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며 “한복을 빌려 입거나 한복을 입지 않고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가 많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30년 넘게 한복집을 운영해 온 김모 (65) 씨는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상황이 나쁜 것 같다고 답했다. 김씨는 “결혼하는 부부들이 더 이상 결혼식 때 한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복을 사는 사람은 없고 한복을 보러 오셔도 저고리나 조끼를 갖춘 한복이 아닌 쾌자 정도만 권할 수 있다”고 답했다.

hong@heraldcorp.com
kimdo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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