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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트레이드’에 환율 1400원 찍고 채권금리 뜀박질
‘킹달러’ 돌아온다...세계 덮친 고환율
한국, 보호무역에 고통 더 커질 수도
인플레 우려 연준 금리인하 지연될듯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6.28p(0.24%) 내린 2,557.23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4.9원 오른 1,401.1원에 개장. [연합]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머쥐면서 금융시장의 시계도 2기 트럼프 시대에 맞춰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했고, 채권금리도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 및 감세, 확장 재정정책 추진을 예고한 만큼, 달러 강세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강달러에 의한 환율 급등은 전 세계가 같이 받는 고통이지만, 환율 민감도가 큰 우리나라에 닥친 파고는 특히 더 거세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도 대두하고 있어서다. 이에 14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킹달러, 계속된다...1400원 돌파한 환율=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9원 오른 1401.1원으로 출발했다. 주간거래에서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선을 넘은 것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된 4월 16일 이후 7개월 만이다. 환율은 전날 야간거래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404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5.05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1.67% 상승했다. 엔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간밤에 이어 이날도 154엔대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 강세에 의한 환율 상승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의 일환이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논리 구조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에서 시작한다. 관세가 확대되면 미국 내 상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촉발되고,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조정될 것이란 가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 국채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국제 정세도 강달러 가능성을 키운다.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당분간 환율은 하향 안정을 바라기 어렵게 됐다.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일부 되돌림이 있을 수는 있으나, ‘트럼프 효과’는 계속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환율 상승의 고통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단 점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원화의 매력이 감소할 개연성이 커졌다. 이미 경제성장률은 2분기 역성장(-0.2%)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엔 0.1%에 그쳤다. 대규모 관세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재집권으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원화 가치는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절하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9월 1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원화 가치는 4.3% 떨어졌다. 이보다 많은 절하를 겪은 통화는 일본 엔화(-7.6%) 정도다.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3.8%)도 원화보다 절하 폭이 작았다.

▶인플레 우려에 금리 상승 압력...연준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트럼프 2기 시대에는 채권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 감축에 관심이 없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국채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채권 값은 떨어지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올라간다.

여기에 관세 인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요원해졌다. 6일 오후 5시 40분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이 68.4%로 하루 전(79.6%)보다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 세계의 기준인 미국 국채 시장이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당분간 이 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960%에 마감했으며, 10년물 금리는 연 3.134%로 6.1bp 올랐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장중 18bp 급등해 4.471%를 기록했다. 7월 이후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장중 4.309%로 8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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