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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이사회도 업그레이드...AI로 본원적 경쟁력 강화 속도
최태원 회장 ‘이사회 2.0’ 선언
적극적 경영전략방향 수립 등 주문
리밸런싱·미래 성장동력 확보 가속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소송 3심行
지배구조 불안 이슈 한 풀 꺾일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SK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2024’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 2.0’ 도입을 전격 선언한 배경에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이사회의 역할을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업무 감독 역할이 바탕이 돼야 운영개선(O/I)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기존 ‘이사회 1.0’이 이사회의 구성 등 구조적 측면에서 독립성, 다양성 등 요건을 갖추는데 집중했다면 이사회 2.0은 적극적인 경영전략 방향 수립 개입,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 강화 등을 통해 질적 측면에서 이사회를 한층 업그레이드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올해 연초부터 핵심 경영 화두로 AI를 점찍고 AI 밸류체인 확보에 공을 들여온 가운데 AI 시대 대비를 위한 궁극적인 방법론과 이를 뒷받침할 거버넌스 체계 구축까지 강조하고 나서면서 SK그룹의 AI 기업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021년 글로벌 스탠다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거버넌스 스토리 추진을 선언하고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7일 ‘SK 디렉터스 서밋’를 통해 이사회 2.0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최 회장은 이날 주요 경영진과 13개 관계사 사외이사를 불러 모아 AI 사업 추진 계획과 운영개선 취지를 소개하며 그룹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를 주문했다.

SK 관계자는 “이사회 역할에 대한 재정의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글로벌 유수 기업들도 이사회의 역할을 의사 결정 보다는 관리·감독으로 재정의하고, 경영진만으로 대응이 어려운 중장기적 아젠다에 집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이사회 2.0 추진 등을 통해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향후 이사회 3.0으로의 발전도 계획하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 디렉터스 서밋 폐막연설을 통해 “이사회가 업무 감독 중심으로 역할을 확대해 경영진에 대한 균형과 견제를 이끌어 내고 이사회 2.0을 넘어 궁극적으로 이사회 3.0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궁극적인 거버넌스 체계 방향성인 이사회 3.0의 구체적인 사안은 이사회 2.0을 시행하면서 나올 것”이라면서도 “그간 안건 결정 중심으로 이뤄졌던 국내 기업의 현실을 넘어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도적으로 변화하겠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대한 심리를 속행하기로 하면서 조 단위의 재산분할액 책정에 따른 SK그룹의 지배구조 불안 이슈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 회장의 이혼 소송과 별개로 연초부터 진행해 온 고강도의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이어가며 AI, 반도체 등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심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통상 가사 사건의 경우 기각 비율이 약 9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재산분할액이 1조3808억원에 이르는 데다 6공화국 비자금 문제 등 판결에 따른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해 상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심리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 재산’으로 볼 것인지 아닌 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SK 내부에서는 이번 심리 속행 결정으로 걱정을 한시름 놓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번 이혼 소송이 최 회장의 개인사라지만 2심 판결의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일부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고 이는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고심 심리 진행과 관련해 SK측은 “남은 법 절차를 통해 SK그룹의 성장사를 곡해한 원심 판결로 인해 상처 받은 회사와 구성원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에 공이 넘어간 만큼 SK는 최 회장의 소송 결과와 관련한 우려를 일단 내려놓고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SK AI 서밋 2024’ 행사를 통해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AI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웨이저자 TSMC 회장,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회장 겸 사장 등 주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CEO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하며 SK가 글로벌 AI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AI 혁신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 유일한 기업”이라며 글로벌 파트너와 힘을 합쳐 AI 인프라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SK는 앞으로도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을 이어가며 제조·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제고하는 ‘운영 개선 2.0’을 통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의 수출 역량 결집과 사업 간 시너지 강화에도 적극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에도 집중한다. 최 회장은 이번주 ‘202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을 위해 페루로 출국한 뒤 일본, 중국 등에서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2025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 회장은 페루에서 의사봉을 인수받고 내년 행사 주제와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이어 이달 22~23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 주최로 열리는 ‘2024 도쿄포럼’ 참석차 일본을 찾는다. 최 회장은 이르면 이달 중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다음 달 초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5회 한중 고위급 경제인 대화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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