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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메이커’ 머스크, 트럼프 정부 입각…美행정부 개혁 칼자루 잡았다
트럼프 “관료주의 해체·과도한 규제 줄일 것”
머스크 “정부낭비 시스템·인사 대수술할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공식 지명됐다. 사진은 지난 10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공식 지명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입각의 꿈을 이루게 됐다. 머스크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위해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며 선거운동을 지원하며 최측근 중 핵심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수장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가 앞으로 기존 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낭비성 지출을 줄이고, 연방 기관들을 구조조정할 길을 닦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머스크는 미국 연방정부를 총체적으로 개혁하는 역할을 공식적으로 맡게 됐다. 머스크는 이제 명실상부한 미국 정부의 ‘실력자’로 관료들 위에 군림하며 정부내 뿌리깊은 관료주의를 대수술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머스크와 트럼프 당선인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처럼 관계가 밀착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부터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통령 임기 때는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적도 있었다. 머스크는 2016년 대선 때만 해도 트럼프를 비판했으며, 2017년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자문위원회와 제조업일자리위원회 두 곳의 자문위원을 맡아 참여했다.

하지만 2017년 트럼프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자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자문위원직을 사임했다.

지난해 9월 발간된 유명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머스크 전기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이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에서 열린 ‘CEO 서밋’에 참석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트럼프는 세계 최고의 헛소리꾼 중 한 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일종의 사기꾼 연기를 하고 있다고 간주하는 경우에만 그 행동방식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 대한 환멸 어린 감정을 공격적으로 표시했고, 점차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공식 시작되기 직전까지만해도 머스크는 트럼프보다는 '트럼프 대타'로 주목받았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로 기우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이다가 사퇴한 뒤 올해 3월 머스크가 트럼프를 만났다는 내용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보도됐고, 5월에는 트럼프가 재집권 시 머스크에게 고문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왔다.

머스크는 이런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거듭 부인하다가 지난 7월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7월 13일 당시 트럼프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피격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엑스 계정에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그의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고 썼다.

또 당시 피격 직후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 올린 트럼프의 사진을 게시한 뒤 “미국에 이처럼 터프한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트럼프 암살 시도 현장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 당선인 옆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머스크는 미국의 양분된 정치 지형에서 트럼프 지지로 마음을 굳힌 뒤에는 당선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4개월동안 특유의 저돌적인 추진력을 발휘했다.

트럼프와 공화 진영을 지지하는 글을 엑스에 수시로 올리는 것은 물론, 선거 자금을 댈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을 설립해 전방위적인 지원 활동을 벌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자료를 인용해 머스크가 지난달 16일까지 트럼프와 공화당 후보 당선을 위해 쓴 돈이 최소 1억3200만달러(약 1856억원)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또 선거일을 목전에 둔 지난달에는 트럼프 지원 유세에 나섰고, 주요 경합 주에서 직접 유세나 타운홀 미팅 등을 조직해 열기도 했다.

특히 경합 주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는 복권에 비유된 ‘현금 살포’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미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 지지 청원 참여자에 대한 보상을 명목으로 매일 한 명을 뽑아 100만달러(약 14억원)씩 지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 선거운동에 미 법무부는 불법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소송전까지 벌였지만, 머스크는 개의치 않고 강행했다.

결국 이런 노력에 힘입어 트럼프가 사실상 압승을 거두자 머스크는 일등 공신,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일 새벽 지지자들 앞에서 선거 승리를 선언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스타가 있다. 일론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또 머스크를 일컬어 “특별한 사람”, “슈퍼 천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미 언론은 머스크가 지난 5일 선거일 이후 거의 매일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자택인 플로리다의 마러라고에서 시간을 보내고 트럼프 가족사진에 등장하는 등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하며 갈수록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홀딱 빠졌다(enamored)”고 묘사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제 공식 직함을 갖게 된 만큼, 거침없이 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를 발탁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이 성명을 그대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뒤 “정부효율부. 그 상품은”이라는 글 옆에 불꽃 그림의 이모티콘 3개를 붙였다.

또 그동안 민주당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공격했던 것을 꼬집어 “민주주의에 위협? 아니, 관료주의에 위협”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유세에서 미 연방정부의 예산을 기존 규모(6조7500억달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조달러 이상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효율부가 그것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테슬라 등 자신의 회사에서 한꺼번에 1만명이 넘는 인원을 감축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방 정부·기관의 총 20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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