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령인 괌으로 원정 출산을 하러 간 30대 여성이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했지만 12일 만에 현지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성은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도 20시간 동안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홀로 숨졌다.

1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괌의 유명 리조트에서 지내던 30대 산모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리조트와 5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출산을 한 뒤 12일째 되던 날 변을 당했다.

괌으로 이민을 준비했던 A씨 부부는 원정 출산을 알선하는 국내 업체를 통해 출산을 한 달 앞두고 괌으로 향했다.

중개 업체는 베테랑 산후도우미가 24시간 산모를 곁에서 돌본다고 설명했다. A씨 남편은 이 말을 믿고 아내의 출산 뒤 업무차 국내로 돌아왔다. 남편은 "10년, 20년 된 베테랑 산후도우미이시고 안전에 대해서도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수차례 얘기를 했기 때문에 믿었다"고 했다.

국내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한 경우 보통 5박 6일 입원해 있지만, 괌 병원에선 하루 만에 퇴원시켰다.

A씨가 몸에 이상증세를 발견한 건 출산 11일째였다. 그는 남편에게 "약을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A씨 남편은 산후도우미와 현지 관리인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9시쯤 A씨는 리조트 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밤새 A씨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숨질 때까지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태였다.

현지 부검 결과 사인은 폐색전증, 혈전증으로 드러났다. 폐색전증은 혈전이 폐동맥으로 들어가 폐동맥을 막는 경우 발생하며 제왕절개 수술을 한 뒤 48시간 이내 빈발하지만, 간혹 1달 뒤 일어나기도 한다.

한편 괌은 하와이와 함께 미국 원정 출산지로 각광받는다. 미국령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미국시민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남자 아이의 경우 군이 면제된다. 이같은 원정출산 수요를 노려 수천만원을 내면 현지에서 출산, 산후조리까지 책임진다는 중개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산 시 인큐베이터 이용 비용만 억대에 이르는 점 등 국내와 다른 의료서비스는 원정출산 선택 시 감수해야 할 위험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