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식량지원 등
北-美간 대화 움직임 가속
정부도 통큰 결단으로
南北 관계 복원 나서야
지난 2월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1ㆍ19 미ㆍ중 정상성명에 토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ㆍ미 간 움직임이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글로벌 리소스 서비스, 월드비전 등 미국의 5개 시민단체가 북한의 요청에 따라 식량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방북했다. 국제원로회(The Elders) 실무대표단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원로회 회원들의 방북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무역성, 농업성, 재정성 등 국장급 간부 12명으로 구성된 경제연수단이 미국을 방문, 시장경제 및 기업관리에 대한 교육 및 현장을 견학했다. 북한의 리근 미국국장을 단장으로 한 외무성 대표단이 독일을 방문해 토머스 피커링 전 국무차관 등 미국의 전직 관료들과 북ㆍ미 관계 정상화, 경제협력과 지원 등 5개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북한과 미국 모두 인도적 문제와 민간급 교류에 한정하고 있지만 상호간의 완전 단절을 바라지 않는 속내를 보였다.
문제는 미국의 발빠른 움직임에 대해 MB정부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MB정부는 미국의 대북 접촉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대북 식량지원에는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MB정부는 국제기구 및 미국의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북한 식량평가보고서’에 대해 상당한 불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식량지원이 군사 전용을 할 수 있고, 노약계층에 대한 분배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북 식량지원 품목은 쌀이 아니라 대부분 옥수수이다. 북한군은 옥수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노약계층에 대한 분배는 영양상태 점검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혜택을 받은 노약자들은 볼살이나 활동에 잘 나타난다. 인도적 지원에 있어 투명성, 감시성, 접근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국제기구와 시민단체들의 조사 자체에 대해 불신감을 갖는 것은 국제기구와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국제기구와의 갈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MB정부는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 내년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잔치용’으로 식량 구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잔치용일 수도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연간 100만톤이 부족한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곧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이 엊그제인데, 미국이 식량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때부터 갑자기 식량이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는 논리는 모순적이다.
MB정부는 늦은 감이 있지만 민간 차원의 대북 영유아 지원을 허용하고, 백두산 화산전문가회의를 지속시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원로회 회원 4명의 방북이 예정되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제원로회와의 접견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냐 대결이냐, MB정부의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 큰 결단으로 올 상반기 내 남북관계 전면복원과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