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격 방중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9개월 만에 방중 길에 오른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를 만나 어떤 식으로든 핵 문제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만큼 편차가 큰 편이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돌파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과 오히려 정세가 더욱 악화하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단순 시위용일 뿐 기존 남북관계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요 매개는 핵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태도변화 여부다.
북측으로서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는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은 만큼 비핵화 문제로 국면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핵 문제에 대해 긍정적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물론 배경에는 식량난 타개와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중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지원이 절실한 북한의 내부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오히려 정세가 악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남측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비핵화 회담에 사실상 연계시키고,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비핵화를 국제사회에 확고히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 측에 이해를 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방중이 북중 경협 강조를 통한 대남 및 대미 시위,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방중에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북중 경협 강화 과시를 통한 시위 효과 이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교착상태인 북핵 정세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간 비핵화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의 3단계안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첫 단추인 ‘남북 비핵화회담’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남북 비핵화 회담’에 답해오면 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북한은 중국과 ‘3단계 프로세스’에 합의한 4월 중순 이후 한 달 넘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이달 초 예상됐던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방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중이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최대 현안인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면담 여부가 주목된다. 최고 지도자 사이에서 6자회담 재개 방식을 둘러싸고 큰 틀에서 방향이 설정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중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식량지원 결정을 앞두고 이뤄진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은 로버트 킹 인권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조만간 대북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안현태ㆍ김윤희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