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일대일 회담을 마치고 이 협정을 체결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공격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은 양국이 서구에 대항하는 태도를 선명히 하면서 기존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 성향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20일 “북한과 러시아가 협력 관계를 격상해 서구에 함께 대항하는 자세를 선명하게 보였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합의를 경시하며 국제질서 근간을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이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재검토를 주장했다면서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북한을 옹호하는 자세를 나타냈다”고 언급했다.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도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미사일을 받고 북한에 군사정찰위성 관련 기술 등을 지원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사히는 “(양국이) 국제 제재로부터 사실상 ‘이반’(離反)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며 “(러시아가) 국제 제재에 반해 탄약을 비밀리에 북한으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는 공공연히 군사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해 북한에 급속도로 접근했을 수 있다면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탄력이 붙으면 한미일 안보에 대한 위협이 더욱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키타 히로유키 논설위원은 구체적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세계 평화 유지에 기여한 안보리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안보리 결의와 제재에 분명하게 위배되지만, 러시아는 안보리를 배반하고 북한 군사력 확대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차츰 인정하게 되면 NPT 체제는 핵심이 빠지게 된다”며 “핵 개발 의혹이 있는 이란 등도 같은 길을 걸을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가진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취하려 한다고 관측했다.
일본 언론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닛케이는 별도 기사에서 “일본과 한국은 중국과 대만 대립이라는 남방 리스크에 대비하고 북방(북한·러시아)과 군사 충돌도 막기 위해 억지력 향상이 불가피해졌다”며 “한일 방위 협력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는 북러의 밀착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 추진을 우려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일본은 미국, 한국 등과 협력해 대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